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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예소설 03편

관리자 2019.08.12 14:50 조회 수 : 4

날이 조금 흐립니다. 오후의 짧은 휴식이 나를 답답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제일 소중한 시간이련만 답답합니다. 오늘은 동윤이와 담배를 피며 중국집 문 앞에 앉았습니다.
      "나는 여름이 되면 그만 둘란다."
      "너두? 나도 그럴건데."
      "나는 윤경이랑 베낭여행 갈거다."
      "미친놈. 500만원은 모았냐?"
      "당근이지. 오늘로서 오백만원 채울거다."
      "너 오늘 월급받는구나. 베낭여행비는?"
      "지금부터 모아야지. 그리고 오백만원 갖다 준다고 부모님이 다 받겠냐."
      "너 쫓겨 난 걸 생각해봐."
      "다 받겠구나. 참 너 소개팅할래?"
      "강군아."
      동윤이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인아줌마가 불렀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주문이 왔을 것 같은 느낌이 왔습니다. 일어섰습니다.
      "소개팅 할래?"
      동윤이가 다시 묻는군요. 참 설레는 말이지요.
      "너나 해 새꺄."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주인아줌마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미술 짱개 둘이다."

      어제 손님이 두고 간 엘에이 다쟈스 파란 모자를 거꾸로 쓰고 흐려 빛을 잃은 내 애마에 철가방으로 빛을 주며 탔습니다.
      "바랑. 바랑 바라라랑. 빠라빠라 바라밤."
      신나게 오또바이를 몰았습니다. 비록 생긴건 텍트같지만 하레이, 가와사키, 혼다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사층을 너무 빠르게 뛰어 올라 왔나 봅니다. 숨이 차네요.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가야 겠습니다.
      "식사 왔습니다."
      나의 기대만큼이나 목소리는 우렁찼습니다.
      "배달의 총각 소리가 너무 크다."
      나는 눈이 커져야만 했습니다. 내 마음에 있는 그녀는 고운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다소 계절에 맞지 않아 더워 보이지만 예쁘네요. 늘어뜨렸던 머리도 쪽을 틀었습니다.
      짱개를 꺼내어 테이블에 놓았습니다. 어제처럼 테이블 유리 밑으로 그녀의 다리는 볼 수가 없었지만 그녀 한복 치마의 색깔을 머금어 유리는 잘 익은 사과 빛이었습니다.
      오늘은 원장아줌마가 계산을 했습니다. 구겨진 만원짜리 지폐군요. 구겨진 천원짜리 네장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녀의 모습만 보고 갑니다. 목소리는 듣지 못했어요. 나가는데 자꾸 고개가 뒤돌려 지려고 합니다. 중국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내려와 오또바이에 기대어 담배 한대 피었습니다. 멋있는 포즈죠? 철가방을 툭툭 차며 그냥 기다렸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렸나 봅니다. 그릇이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그릇 찾는 척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었습니다. 못 보고 가겠군요. 그릇을 들어 철가방에 넣었습니다. 순간 문에 붙어 있는 작은 광고 문구를 보았습니다. 아임에프식 피자 7900원. 맞다 아엠에프지.
      학원의 현관문을 홱 열었습니다.
      원장실에서 나오는 그녀와 눈이 떡 마주쳤습니다.
      "그릇 밖에 내놓았는데..."
      오늘도 그녀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아. 예. 안녕히 계세요."
      별 말 못하고 그냥 나오고 말았습니다. 원장 아줌마한테는 내일 말해야겠군요.

      밤에 비가 왔습니다. 집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오늘은 칠구와 동윤이와 함께 밤을 지새워 볼까 합니다.
      칠구는 만화책을 보며 키득거리고 있습니다. 동윤이는 풀린 눈으로 자기의 잡지책을 보고 있구요. 전 별로 할 일이 없네요. 집에 있는 컴퓨터 생각도 납니다만 미술실 그녀의 모습 속에 이내 사라집니다.
      "이 여자 가슴 진짜 크다."
      동윤이의 말에 난 생각없이 말해 버렸습니다.
      "난 아담한게 좋아."
      "너도 볼래?"
      "그런거 보면 좋냐? 그만 둘때도 되지 않았냐?"
      "새꺄 나이 들면 더 그리워지는 거야 임마."
      "같이 보자."
      엉덩이 크고 젖 큰 서양여자들은 별롭니다. 아담하고 오목조목한 동양 여자가 보기 좋았습니다. 윤이는 무조건 큰게 좋다는군요. 동윤이가 가지고 있는 잡지는 대부분이 서양여자들의 것이었습니다. 동양여자는 어쩌다 한 두명 찍혀 있었구요.
      "재미없다."
      칠구는 여전히 키득거리며 만화책을 보고 있습니다. 만화책을 들추어보니 순정만화? 여자들이 보는거 말이죠. 그런데 왜 키득거릴까요. 이상한 놈들이 양옆에서 수준에 맞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오늘 본 한복 입은 그녀를 생각해 봅니다.

      '무엇 때문에 한복을 입고 있었을까? 자기 집이 정말 세탁소 하는 걸까?'
      잠은 그녀의 생각이 이런저런 다른 생각으로 바뀌면서 들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는 오늘도 계속 되었습니다. 이런 날은 배달하기가 힘들죠. 떨어지는 빗방울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 그런데 비가 오면 배달 주문이 더 많아지죠.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주문 올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배달은 꾸준히 계속 되었습니다.
      "강군아 이건 미술 짱개다."
      어. 오늘은 하납니다. 그녀가 오지 않았나요? 아니지 그녀만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간 나는 실망했습니다.
      "원장실 테이블에 갖다놔요."
      원장 아줌마만 있었습니다. 학원생이 하나도 없는 학원 실내의 중간에 놓인 빈 의자를 보며 연필을 이리 댔다 저리 댔다, 하는 원장 아줌마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천원짜리 석장이 놓여있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테이블에다 자장면 내려놓고 나왔을 때까지 원장아줌마는 그 짓이었습니다. 걸상을 그릴려고 저러나?
      "원장 샘?"
      "어 배달의 청년, 왜요? 어! 옷이 우주인 같다. 머리가 참 귀엽네."
      "아닙니다."
      노란 비닐 옷이 제가 봐도 웃기긴 합니다. 내 모자가 되어버린 어떤 손님의 엘에이 다쟈스 모자에 삐죽 튀어나온 머리가 귀엽게 보였나 봅니다. 그녀는 어디 갔어요? 라고 묻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안 떨어지네요. 하기야 내가 뭔데 물어보겠습니까. 이 꼴로 말입니다.
      "말해봐요."
      "에. 요즘 그릇이 도둑을 잘 맞거든요. 내다 놓지 마세요. 부탁할게요."
      "그래요 그럼."
      그래도 그녀 때문에 어제하고 싶었던 말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네요. 도둑은 무슨 도둑입니까. 사층까지 올라와서 다른 짱개 그릇 훔쳐갈 놈이 누가 있겠습니까. 원장 아줌마도 저만큼이나 단순하네요. 철가방을 들고 문을 나왔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다 급하게 올라오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모자를 쓴 모습이 참 이쁩니다. 내가 둘러쓴 엘에이 다쟈스 모자 위의 노란 비닐 모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또 계단을 막고 섰군요. 물기가 있는 우주복 같은 노란 비옷을 입고 한 팔엔 철가방을 들고 말입니다. 한쪽으로 최대한 비켜서며, 그녀에게 물이라도 묻으면 안되니까요. 철가방을 올렸습니다. 그녀가 보조개를 한 번 보였습니다. 그리곤 뛰어올라 갑니다. 발자국 소리가 참 듣기 좋군요. 아쉽구요.
      "저기요."
      왜 그랬을까요 그냥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나보다 몇 계단 위에서 뒤돌아 봤습니다.
      "저 말이에요?"
      "호... 혹시 짜장면 안 시키세요?"
      삐죽 내민 내 입이 얄미울겁니다. 그녀의 모습에는 또 쌀쌀함이 보이려 합니다.
      "짬뽕 주세요."
      "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대답이었습니다. 얼떨결에 한 말인데 그녀가 답을 해주는 군요.
      "비가 오니까 국물있는 짬뽕으로 달라구요."
      "아. 예."
      이제부터 그녀를 다림씨라 부를 겁니다. 뭐 불러 본적은 없지만 마음속에 생각할 때도 다림씨라 그럴 겁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눈 사이기 때문에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죄 될건 없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중국집으로 달려가 짬뽕하나 싣고 바로 또 학원으로 왔습니다. 다림씨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식사 왔습니다."
      "어 아까 시켰는데 무슨. 다림이가 시켰나?"
      "네."
      원장아줌마는 아직도 그 짓거리네요. 다림씨는 원장실에 있나 봅니다. 원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안돼요. 그 안에서 옷갈아 입고 있어요. 배달의 청년은 노크할 줄 몰라요?"
      "자꾸 배달의 청년이라고 그러지 마세요."
      손님은 왕인데 원장아줌마의 태도가 그렇게 쌀쌀하지 않았는데 원장실 안에 있는 다림씨 때문일까. 자꾸 철가방을 비꼬아 말하는 원장아줌마의 말이 참 듣기 싫었습니다.
      "어머 화났어요?"
      "화난건 아니지만..."
      "들어오세요."
      그녀의 음성입니다. 들어오세요? 옛날 황진이가 그의 사랑하는 스승 서경덕을 배알하는 모습같이 곱게 한복 입은 다림씨가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 머리를 매만지고 있습니다.
      짬뽕을 꺼내 놓았습니다.
      "다림아 먹고 나면 바로 작업 시작하자."
      "알았어요."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저 원장아줌마가 다림씨를 다그치네요.
      "얼마예요?"
      "사...삼천 오백원이요."
      다림씨는 들고 온 가방에서 지갑을 꺼 내어 저번처럼 빳빳한 천원짜리 석장과 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하나 세어 가며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녀의 손은 여름이지만 시원하군요. 동전을 건네 받을 때 그녀 손의 감촉을 맛보았습니다. 다림씨는 조그만 일에 배려가 깊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매일 만원짜리 던져 주는 원장아줌마와는 달리 말입니다.

      "잘 있어요. 원장 샘."
      "잘가요. 총각."
      그래 총각이라 부르는 것까지 뭐라 그럴수는 없지요. 원장 샘 진짜 시키는대로 하는군요. 문을 열려다 문 안쪽에 놓여 있는 짱개그릇을 보았습니다.
      짱개 그릇을 갖다 주고 주문이 있어 다시 배달을 나갔습니다. 비가 갑자기 많이 왔습니다. 이런 날씨에 짱개 보다 훨 무거운 짬뽕을 다섯 그릇이나 시켜 먹는 놈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당구장이였군요.
      저도 당구장에서 짜장이다 짬뽕이다 시켜 먹어봐서 뭐라 할 수도 없겠습니다. 중간 중간 당구를 치면서 먹는 사람들은 한 그릇 먹는데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예측 불가능 하지만 이렇게 공은 그대로 두고 타이머만 꺼놓고 먹는 녀석들은 엄청 빨리 먹죠. 기다려도 되겠군요.

      미술실 앞에는 그릇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말한 보람이 있군요.
      "그릇 찾으러..."
      다림씨가 학원 중간의 의자에 앉아 바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원장아줌마는 다림씨를 약간 비켜 보면서 제법 큰 켄버스에다 선만 직직 긋고 있습니다.
      "그릇 거기 있죠?"
      원장 아줌마는 내 쪽을 쳐다보지 않았고 다림씨도 변화없는 표정이었습니다.
      다림씨는 모델이었군요. 어쩐지 예쁘다 했습니다. 내려가는 계단은 천천한 걸음이었습니다. 고정된 그녀의 눈이 너무나 뚜러지게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눈빛을 내가 소유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방에 누웠습니다. 새 동전은 아니지만 깨끗한 편입니다. 다림씨가 준 동전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아까 줄 때의 손을 기억하며 말입니다. 천원짜리는 이미 일기장에다 꽂았습니다.
      동생 책상의 여러 송이의 장미는 벌써 시들어 갑니다. 서로 싸우나 봅니다. 내 책상 화병의 꽃은 다정하게 괜찮은 모습입니다. 두 송이가 참 보기 좋습니다.
      "은정이가 시샘을 하나 봐."
      동생이 화병의 꽃들을 보더니 말했습니다.
      "니 여자 친구가 은정이냐?"
      "응."
      "시샘을 왜 하는데?"
      "꽃이 시들었잖아. 걔가 시샘하는 거야. 나를 독차지하고 싶은가 보지. 하하하."
      베개를 집어 던졌습니다. 동생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쳤습니다.
      "헛소리할래?"
      "시샘이 아니고 기다리고 있는 거구나."
      "또 뭐냐?"
      "빨리 시들어야 또 나에게 꽃을 사줄거 아냐. 다음에 꽃을 사주면 키스 해준다고 내가 말했걸랑."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습니다.
      "니 엄마 찾으러 빨리 가 새꺄."
      "형아야."
      "왜."
      "약오르지..."
      별로 약오르지 않다. 내 가슴에도 이제 한 여자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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