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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예소설 06편

관리자 2019.08.12 14:51 조회 수 : 5

      오늘로 칠월달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씨가 참 덥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어둡고 어제부터 내린 비가 주룩주룩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 마음처럼요. 오늘도 미술학원으로 배달을 나갔습니다. 그녀는 그림속의 모습으로만 나를 반겼고 한 그릇의 짜장면 실어 나르기가 짜증이 났습니다. 그 그림속 그녀마저 내일부터 보지 못할거에요. 짜장면 놓을때 원장아줌마가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은 이미 잊혀졌다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내 기억속에 그녀가 뚜렷이 있지만 언젠가는 문득 생각이 나면서 미소짓는 것으로 그녀의 인연이 지워지겠군요.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구름뒤에 해가 어제처럼 있겠지만 벌써 중국집 실내는 많은 조명들이 켜졌습니다. 그래 빨리 내 마음에도 다른 불을 켜자.

      비가 온 관계로 다른 날 보다 한시간 가량 빨리 일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지 않을겁니다. 그냥 철가방 동지들과 월세방에서 자고 가렵니다. 옆에 칠구랑 동윤이가 참 많이도 재잘거리는데 왜이리 멍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야. 비도 오는데 커피나 시켜 먹을까?"
      "그 좋죠."
      "이 밤에 무슨 커피를 시켜 먹어 임마."
      동윤이는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습니다.
      "요 앞에 현철다방있잖아. 거기 박양하고 내가 잘 알아. 전화기줘봐."
      동윤이는 의기양양하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가정집에 배달 안나가는 거는 아는데요. 박양한테 말하면 안다니까요. 커피 석 잔이요. 네 홍콩반점 뒤요. 꼭 박양보고 오라고 하세요."
      이 녀석들이 나 없을때 많이 시켜먹었나 봅니다. 기분도 그렇고 비 때문에 몸도 한기가 드는데 커피한 잔이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가 많이 그쳤나 봅니다. 오또바이 소리가 난 뒤 들어온 그 박양은 별로 비를 맞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제법 예쁘네요. 보아 온 레지들과는 달리 조숙한 면도 다소 보입니다. 싸구려 진한 화장도 아니고 옷차림도 난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타 드려요?"
      "잘 타봐."
      동윤이는 박양에게 꺼림낌없이 말했지만 칠구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나는 좀 연하게 타주세요."
      존댓말이네요. 참내 저게 저래 보여도. 레지들 거의 스무살에서 안팍임을 압니다. 손님들 보통 반말하죠. 칠구는 자기가 먹은 컵을 나가서 씻어 가지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그랬나 봅니다. 나는 그짓이 참 이상하게 보였는데 박양도 동윤이도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동윤이가 박양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잘 먹었다고 말하니까 칠구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다시 오또바이 소리가 들리고 박양은 나갔습니다.
      "이 녀석. 저 박양 좋아한다."
      동윤이가 칠구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뭐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괜찮잖아요."
      "쟤가 보기에 저래 보여도 완전히 까진 애야. 다방레지가 다 그렇지. 쟤가 처녀 같냐?"
      "뭐 그렇다고 좋아하면 안되나. 내 마음이 좋으면 되잖아요."
      "이 새끼가. 니가 무슨 마지막 로멘티스트냐. 저런 애는 그냥 가지고 노는거야."
      "레지치고는 참해 보이잖아요. 레지는 뭐 사람 아닌가. 그쵸 형."
      "날 끄집어 넣지마 임마. 내 문제도 심난해 죽겠구만. 그래 좋아하는 맘은 아무한테나 가져도 돼."
      "그렇죠. 윤이 형 너무 안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동윤이 녀석 머쩍어 하더니 지 애인한테 전화를 합니다. 이름이 윤경이라 그랬죠. 윤경씨가 담배 냄새 잘 맡는다고 뻔히 담배 피면서도 그녀를 만나기 하루 전에는 일절 담배를 피지않는 동윤입니다. 아까 박양에게 보였던 꺼리낌없는 행동은 어디로 갔는지 벌벌 기네요.

      오늘 밤 다림씨 그녀가 잊혀지지 않고 눈 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나는 그냥 아무한테 좋아하는 맘 가졌던 것으로 변명하자.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게.'

      하루 하루 옅어지는 그녀의 모습으로 짱개 배달을 했습니다. 보름정도 지나니까 이젠 문득 어쩌다 문득 가슴이 저릴 때만 그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좋은 징조죠. 잊혀졌다는 말이니까요. 잊혀져서 좋긴한데 삶이 무미건조 해지는 것 같습니다. 동윤이가 이번달이 끝나면 그만 둔다고 주인 아줌마께 말했습니다. 동윤이 녀석은 여자한테 잘 기는군요. 아줌마가 아쉽다며 사정을 하니까 팔월 달 한 달만 쉬고 복학할 때까지는 계속 한다고 말합니다.
      "언제 복학 할건데?"
      "내년에. 뉴스에 안 좋다는 소리 막 들리는데 굳이 학교 다닐 이유가 있나 싶다. 그리고 코스모스 졸업도 싫고."
      "그렇게 말하는 놈이 베낭여행은 갈 생각이냐?"
      "그래 못 가겠다. 그냥 윤경이랑 울릉도나 갔다와서 집에서 좀 쉴려구. 집에 500만원 갖다주고 내가 그래도 먹고 살 자신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나 자신 있소.'이렇게 말하면 한 백만원쯤 돌려주지 않을까?"
      "너 쫓겨 났던 때를 생각해 봐."
      "안 맞아 죽으면 다행이지. 이런 씨... 넌 언제까지 할 거냐?"
      "난 팔월달에 그만 둘거야. 내가 16일날 시작했으니까. 야, 광복절 날 즈음에 그만 두겠다. 주원이 독립만세다 야."
      칠구는 영장이 나왔습니다. 칠월이 가면 이 녀석도 없겠군요. 요즘 철가방 구하기가 별로 어렵지 않죠. 노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칠구의 후속 주자는 이미 구해졌습니다.

      칠월이 다가는 무렵에 중국집은 삼일간 문을 닫았습니다. 주인아줌마 내외는 피서를 떠났고 주방장 아찌는 고향을 찾아 갔습니다. 칠구는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내려 갔어요. 결국 몸값 협상은 타결짓지 못하고 말입니다. 생각보다 순수했던 놈이었죠. 정이 들었습니다. 영장 나온 놈인데 송별 파티 제대로 못해주고 보낸게 아쉽습니다.
      "잘가칠구야."
      "응."
      "훈련소 가면 쌔가 빠지게 고생하거든. 이 더운 여름 날 안됐다."
      "사내 자식이. 괜찮아. 근데 내가 훈련 받을 때가 여름이었거든 많이들 픽 픽 쓰러지더라."

      칠월달도 몇 일 안남았습니다. 삼일간의 휴가를 틈타 학교를 갔습니다. 학교는 더운 햇살에 타고 있었습니다. 타고 있는 학교에 사람들이 많을리가 만무하죠. 계절학기도 끝이 난 상태라 학교는 더 없이 한산했습니다. 늙고 취직에 지친 선배들만이 여전히 도서관 앞에서 답도 없는 열변만 토하고 있습니다.
      "주원아."
      "어. 정환이구나."
      "내 오토바이는 아직 잘 타고 있냐."
      "응."
      "어쩐일이냐?"
      "휴가 받았지. 넌 어쩐 일이냐?"
      "자격증 따야 될 것 아냐. 학생이 학교에 공부하러 나오지 임마."
      "잘됐다. 커피나 한잔 하러 가자."
      "커피는 무슨. 여자 많은 데로 가자."
      "자판기 커피 마실건데."
      "그래 임마. 자판기 커피도 종류가 많잖아. 공대 커피. 상대 커피. 학생회관 커피. 등등."
      "어디가 맛있냐?"
      "야. 사대에는 요즘도 학생이 많더라. 거기 가자."
      사대 앞은 좋은 그림자가 놓인 벤취가 있었습니다. 어쩌다 부는 시원한 바람이 벤취위에서 쉬었다 갑니다.
      "학교는 왜 아이스커피 자판기가 없을까."
      벤취에 정환이 녀석과 앉아 마시는 커피는 별로 맛이 없네요. 단지 물고 있는 담배의 니코틴을 입안에서 없애 줄 뿐이었습니다. 좀 앉아 있으니까 사대 건물에서 학생들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미술교육과 학생들인가 봅니다. 그림도구를 들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모습이 우리를 지나치고 난 다음 어디선가 본 듯한 옷차림의 아가씨가 교수로 보이는 사람과 나란히 사대 앞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약간의 대화가 오고 간 다음 아가씨는 고개를 숙였고 교수가 등을 다독거려 주는군요. 교수는 건물안으로 다시 모습을 감추었고 그 아가씨는 우리쪽으로 모습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앗!"
      아가씨도 나를 보고 흠찟 놀랐습니다. 손에 끼워진 담배는 예전에 저 아가씨를 보았을 때처럼 긴 재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쪽을 쳐다 보다가 딴 쪽을 쳐다 보다가 다시 이쪽을 쳐다보는 아가씨의 발걸음이 어색합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다소 어둡던 그녀의 얼굴에 보조개가 맺히네요. 다림씨가 우리 학교에 있었습니다.
      다림씨는 천천한 걸음으로 교문으로 난 길쪽이라기 보다는 내가 앉은 벤취쪽으로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었습니다. 참 반가운 모습이었지만 고개를 숙여 버렸습니다. 또 착각하기는 싫기 때문이죠. 다림씨는 옆에 정환이가 보고 있습니다.
      다림씨가 나를 지나쳐 갈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녀가 내가 앉은 벤취를 지나 쳤습니다.
      "야 뒤돌아 봐. 갔냐?"
      "금방 그 아가씨? 잠깐만."
      "잘 가고 있냐?"
      "아니. 이쪽을 보고 섰는데. 아니다 이제 다시 가기 시작한다. 아는 사이냐?"
      "알긴. 단골이야 단골."
      오늘 그녀를 보았지요. 몇 일은 그녀 때문에 잠 들때 마음이 아프겠군요. 문득 생각나기 시작하던 그녀가 다시 내 기억으로 선명하게 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장난이 아니었죠. 빗줄기에 가려 앞이 안보일 정돕니다. 그 빗줄기에도 오늘 본 다림씨의 모습이 쓸려가지않네요. 진짜 좋아하긴 했었나 봅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뉴스에는 기사거리가 많아 졌습니다. 티비에서 아주 낯익은 아줌마를 보았습니다. 불어난 강물로 고립되어진 어느 유원지였습니다. 어깨가 떡 벌어진게 꼭 우리 중국집 주인 아줌마 같습니다.

      중국집은 몇 일간 문을 못 열것입니다. 주인 아줌마 내외는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링겔 꼽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탈진했어요. 그래도 목숨 부지하고 별 다친 곳 없이 그 물난리를 이겨내고 돌아온게 다행입니다.

      그래도 오개월 넘게 철가방 일이 몸에 익었는지 오일이상 연속으로 쉬니까 영 찜찜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햇살이 나립니다. 낮에 중국집 월세방을 찾은 것은 진짜 오랜만이지요. 방에는 동윤이만 있습니다.
      "날씨도 좋은데 방안에서 뭐하냐?"
      "독서하잖아."
      "윤경씨 안 만나냐?"
      "걔는 직장인이잖아."
      "에고 심심타."
      "불쌍한 놈. 책 볼래?"
      "싫어."
      "요즘은 한국것도 상당히 야하다."
      "아줌마는 언제 쯤 퇴원하신대?"
      "오늘쯤 아니면 내일쯤?"
      "그만하길 다행이다."
      "그려. 우와 이 여자도 디게 가슴이 크네."
      동윤이 녀석. 나하고 대화하면서도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네요.
      "삐리삐리비. 삐리삐리비."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내가 받으려 하자 동윤이 녀석이 말렸습니다.
      "받지마. 주문하는 전활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그 전화를 받고 싶었습니다.
      "여보세요?"
      "여기 미술학원인데요."
      "오늘 영업하지 않..."
      "다림아 넌 뭐? 삼선 짜장? 여보세요?"
      미술학원에 그녀가 왔습니까? 전화기에서 다림씨의 이름이 똑똑하게 들렸습니다. 엊그제 그녀를 보았습니다.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그날 밤에 고개를 숙였던 나 자신을 많이 야단을 쳤었습니다. 그녀가 있는 미술학원에 짱개 배달했던 추억은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 떨렸었죠.
      "네."
      "짜장하나. 삼선짜장 하나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동윤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너 미쳤지?"
      "아니."
      "주문 받은거 아냐?"
      "맞어."
      "미친거 맞잖아 임마."
      "북경 반점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냐?"
      "허 참내. 내 구역이라서 알긴 안다만 어쩔려구?"
      "새꺄. 니가 요리해서 줄래? 배달해야 될 것 아냐."
      "미친새끼가 더 소리치네."
      "전화해서 짜장하나하고 삼선짜장하나하고 빨리 가져오라 그래. 가게 열쇠 줘봐."
      "왜?"
      "그릇 바꿔치기 해야 할 것 아냐."
      "비가 사람 여럿 잡았네. 여깄어 미친놈아."
      그녀에게로 다가 가고픈 내 마음은 저렇게 삭막한 놈에게는 다소 미쳐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 마음은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중국집이죠? 홍콩 반점 알죠? 그 바로 뒤 자취방인데 짜장둘에 삼짜하나요."
      주문하는 동윤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중국집으로 들어가 그릇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 왔습니다.
      "왜 둘이냐."
      "나는 인간 아니냐. 먹어야 살 것 아냐."

      라이벌 짱개집의 철가방이 왔습니다. 우리 철가방은 옷을 자율적으로 입는데 저쪽은 하얀색이고 가슴에 빨간색 한자로 '북경'이라고 적혀 있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동윤이가 그 철가방을 째려 봅니다. 저 쪽도 지지않고 쳐다 보는군요. 살벌합니다. 짱개를 꺼내는 북경 철가방이나 그것을 받는 동윤이나 서로 눈동자는 상대편 눈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북경 짱개가 돌아갔습니다. 쿠쿠. 북경 짱개의 유니폼 뒤에는 '이겨내자! IMF.'라고 적혀 있습니다. 맛만 좋아봐라. 그렇게 안써도 잘 팔리지.
      되도록 짱개가 섞이지 않도록 우리 중국집 마크가 새긴 그릇에다 옮겨 담았습니다. 철가방의 감촉이 새롭습니다.
      "가자. 나의 애마여." 부릉 부릉 부르르릉. 오늘따라 엔진 소리가 터프합니다. "빠라빠라빠라밤."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고 미술학원 현관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습니다. 아무도 없군요. 원장실 문을 똑똑 노크를 했습니다.
      "누구세요?"
      "식사 왔는데요."
      "들어와요. 새삼스럽게 뭘."
      문을 열자 들어오는 다림씨의 모습이 내 마음을 잡아 당겼습니다.
      "삼선 짜장은?"
      "다림이 줘."
      다림씨 앞에다 그릇을 내 놓으며 내 딴에는 용기를 내어 말을 붙였습니다.
      "오. 오랜만이네요."
      그녀는 아무말 없이 그냥 그릇만 받습니다. 좀 무안합니다. 그릇을 다 꺼내 놓고 계산을 했습니다. 다림씨가 천원짜리 여덟장을 주었습니다. 참 설레이며 왔는데 금방 나가야 되는게 아쉽습니다. 현관을 나왔습니다. 어짜피 널널한 시간 현관앞에서 기다리죠 뭐. 철가방을 의자삼아 앉아 담배를 물었습니다.
      "후. 오늘도 빳빳하네."
      다림씨가 준 돈을 꺼내 세어 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렸습니다. 입에 문 담배는 떨어뜨리지 않았는데 철가방이 날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후딱 뒤집어 졌습니다. 그 와중에 돈도 흘려 버렸구요. 몸을 가다듬고 떨어진 돈을 주우며 고개를 들었습니다.
      "정말 있네."
      "네?"
      "다림이가 아마 여기 있을거라 그러더니 정말 안가고 있었네."
      원장아줌마가 나온거 였습니다. 괜히 놀랐습니다.
      "들어와."
      "네?"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하고 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원장아줌마를 따라 다시 들어간 원장실에는 아까는 다소 차가웠던 다림씨가 웃고 있었습니다.
      "내말 맞지 언니."
      "그래."
      "녹차 있는데 마실래요?"
      왜 또 친철합니까. 헷갈리게 말입니다. 다림씨가 직접 녹차 한 잔을 따라 주었습니다. 먹던 것 그만 두고 말입니다. 녹차를 감사히 받아 들고는 그냥 침묵하는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여자들은 식사하면서 말이 많군요. 나를 앉혀 두고 그네들끼리의 대화는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김교수가 그랬어?"
      "응 언니."
      "포즈 모델은 이제 필요 없대?"
      "네."
      "그럼 그 쪽으로 나갈 생각이야?"
      "싫어."
      "너 잘하던데 왜."
      "학교에서까지 그러기는 싫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군요. 원장아줌마가 계속 말을 하자 다림씨가 저를 가리키는 듯 눈동자와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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