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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07편

관리자 2019.08.12 14:51 조회 수 : 7

      원장실에서 내가 사랑하고픈 사람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록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그 음식에 대한 대가를 받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져온 것입니다.
      "주원 총각. 맛이 좀 다르다."
      별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원장 아줌마가 내 관심을 자기에게로 돌립니다. 참 여러 가지로 부르네요.
      "비가 와서 그래요."
      성의없이 답을 하고 그녀가 식사하는 모습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 원장아줌마가 또 다시 자기에게로 고개를 돌리라 하네요.
      "비가 온 것하고 맛이 다른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이번 비에 돼지 떠 내려 가는 것 봤죠?"
      "응."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된 것은 알아요?"
      "그래."
      "중국도 비가 많이 왔죠?"
      "응."
      "짜장면에 돼지 고기 들어가죠? 우리 중국집이 홍콩 반점인 것도 알것이고."
      "그래 알아."
      "그래서 비 때문에 맛이 틀려요."
      원장 아줌마 머리에서 그것들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무척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원장 아줌마에게처럼 이렇게 다림씨에게도 말이 술술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제 학교 갔었죠?"
      "예?"
      원장아줌마는 아직도 머리를 굴리는 모습입니다. 젓가락을 그릇에 고정시킨 채 골똘이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 원장아줌마 옆에서 다림씨가 이제 막 그릇을 비우고 젓가락을 놓더니 물었습니다.
      "한국 대학에 그제 가시지 않았어요?"
      "우리 학굔데요."
      "그건 아는데 가셨냐구요."
      "그...그제요?"
      "네."
      "갔었던 것 같은데요."
      "사람 모른척 하는 취미가 있나 봐요."
      "네?"
      요즘 여자들 약간은 무섭군요. 순전히 자기 위주에요. 짱개 배달하면서 낯 익은 손님에게는 꼭 아는 체 해야합니까. 물론 내가 다림씨를 좋아하고 내 기억에 그대의 모습을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다고 해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죠. 다림씨는 왜 학원을 떠나면서 잘있어,인사 한마디 없었습니까? 인사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냥 아쉬운 표정이라도 지어 주었더라면 그때 너무나 반가와 뛰어갔을 겁니다. 손님은 나를 아무렇게나 대하여도 되고 나는 꼬박 아는 체 해주어야 합니까.
      "그래도 단골이었는데 내가 학원 떠난다 할 때도 아무말 없더니, 그때도 모른 체 하더군요."
      제 마음속을 읽었나요.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다림씨는 자기 위줍니다.
      "그날 기분이 울적해 술생각이 났었는데, 아는 사람 만나 반가웠는데 참 매정하게 고개 숙이더군요."
      자기 위주 맞죠? 다림씨 기분이 울적하다고 제가 뭐 같이 술 마실 사람으로 보였단 말입니까. 단골이면 답니까. 그녀는 시선을 저에게 주지않고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상합니다. 뭔가 내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관이 없는 것 같애."
      바보같이 날 쳐다보는 원장아줌마를 마주보며 머리를 굴렸습니다. 한참만에 필(feel)이 왔습니다.
      "그럼 저하고 술 마실 생각을 했었단 말입니까?"
      놀랬습니다. 가슴이 확 터이는 기분이 들더니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다림씨는 무표정으로 한쪽 볼에만 보조개를 띄우는 '그래 임마. 그래 새꺄. 그래 바보야.' 할때 짓는 표정있잖습니까? 그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거렸습니다.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무런 상관없어요. 그게 뭐 중요합니까."
      원장 아줌마가 자기한테 답을 안해주니까 소리가 다소 커졌습니다. 그 소리보다 더 크게 답을 해 주었습니다.
      "주원이 총각. 터프하다."
      기분이 묘합니다. 새근새근 웃고 있는 원장아줌마의 모습 옆으로 다림씨가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날 제가 아는 체 했다면 저하고 술 한 잔 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까?"
      "네."
      "철가방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뭐 주원씨 아르바이트하는 거라면서요."
      이 새끼 참 바보네요. 다림씨 앞에 앉아 있는 철가방 말입니다.
      "자...잠깐만요."
      터였던 가슴이 다시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습니다.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철가방이 꼭 저를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옆으로 뒤비져 있습니다. '바보야. 배째라.' 이런 식으로 훌라당 뒤비져 있습니다. 이놈이 아까 나를 넘어지게 했던 놈이죠. 이놈 때문에 다림씨와 술도 못 마셨습니다.
      "쾅!."
      요즘 철가방은 참 튼튼하게 만드는 군요. 철가방은 조금 찌그러 졌지만 내 발은 졸라 아픕니다. 내 발의 아픔은 가시고 있지만 철가방의 상처는 그대로 있습니다. 좀 가여운 생각이 듭니다. 철가방 앞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몸뚱이가 쇠라서 슬픈 가방이여.
      언제나 쪽팔린 듯 말이 없구나.
      관이 짱개냄새 나는 너는
      무척 튼튼한 족속이었나 보다.

      몸 속의 삼선짜장을 들여다 보고
      착각했던 그녀를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에
      슬픈 몸뚱이를 하고
      앞에 앉은 나를 바라본다.'

      "아프냐?" 그렇게 물어 봤는데 철가방은 나한테 맞아 삐졌는지 아무말 없습니다.
      다시 들어가기가 그랬습니다. 고개만 숙이지 않았더라도 다림씨와 술 한잔 할 수 있었던 그 기회를 놓쳐버린게 너무나 안타가웠습니다.
      내가 착각했던 것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다림씨는 나에게 쌀쌀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죠. 다소 차가운 표정 때문에 심각했었던 것은 내 마음이었을까요. 그것때문에 착각했다고 생각했었죠. 내 자신이 철가방이라 미리 겁을 먹고 있었던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동전을 하나하나 세어 줄 정도로 세심하고 항상 천원짜리를 가지고 다니는 배려도 있습니다. 내 엉뚱한 질문도 기분 나쁘지않게 받아 주었고 당황한 내 표정에 웃음도 보였지요. 그리고 삼선짜장. 분명 내가 권했던 것입니다. 그런 사랑스런 다리미를 아니 다림씨를 이 철가방 때문에 전 착각이라 변명하고 잊으려 했습니다. 포기 할 수 없습니다. 인연입니다. 내가 인연이라 생각한 장미는 분명 그녀의 품에 안겼습니다. 용기를 내겠습니다. 이제 들어 가겠습니다. 그리고 말하겠습니다. '오늘은 아는 체 할테니 술 한잔 합시다.' 마음은 그렇게 다짐했는데 현관문을 열기가 머뭇거려 집니다. 다시 용기를 내겠습니다. 안에 원장실 문도 있는데 현관문 앞에서부터 머뭇거리면 안되겠지요.
      "아야!"
      용기 내려고 소리친게 아니에요.
      "어머 미안. 문 앞에 서 있는 줄은 몰랐어요. 괜찮아요?"
      "안 아파요.."
      문이 세개 날아와 패 버린 내 코를 만진 채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림씨가 그릇을 들고 나와 있습니다.
      "왜 밖에 있었어요?"
      "예? 에... 철가방이 걱정이 되서요."
      저기 오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 철가방이 후떡 디비져 나에게 맞은 게 아팠는지 움푹 파인 상처를 이쪽으로 보이고는 입을 헤 벌리고 나자빠져 있었습니다.
      "누가 저랬어요?"
      "모... 모르겠는데요. 제가 안그랬어요."
      다림씨는 그릇을 나에게 주고는 철가방쪽으로 갔습니다. 나를 지나쳐 말입니다. 그녀의 머리칼이 향기를 주고 갑니다. 그녀는 철가방을 들어 봅니다. 철가방 녀석이 아직 입을 다물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가볍네요. 그런데 못 쓰겠어요."
      다림씨는 반쯤 열려 걸려 있는 철가방의 문을 닫으려고 하다가 빼려고도 해 보았지만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나를 쳐다 봅니다.
      "버리지요 뭐."
      "네?"
      "부숴졌잖아요."
      맞아요. 부숴졌어요. 내게 맞은 상처가 가방문을 이제는 다시 끼우지도 빼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럼 그릇은 어떻게 가져 가실려구요?"
      "뭐 그럼. 이것도 버리지요."
      그릇을 현관 옆에 설치된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는데 그녀가 말렸습니다.
      "아껴야 잘 살죠. 그걸 왜 버려요."
      "그럼 원장아줌마한테 맡기고 가죠 뭐."
      "언니 아줌마 아네요."
      "알아요."
      "사장님한테 야단 안 맞아요?"
      "우리 주인 아줌마요? 짱개 그릇 한 두개 없어지는 건 표도 안나요."
      "그래도 빈 몸으로 가면..."
      "괜찮아요. 오늘 뭐 우리 중국집 문도 안열었는데요. 뭘."
      "네?"
      내가 뭐 실수 했나요? 다림씨 그녀가 날 아주 이상하게 쳐다 보며 입을 야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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