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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08편

관리자 2019.08.12 14:52 조회 수 : 4

      "의심이 갔는데 맞군요."
      다림씨는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뭐가요?"
      뭐가 의심이 간다는 말일까요. 북경장 녀석들이 간짜장을 삼선짜장으로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봅니다.
      "허술하죠?"
      "네?"
      "애써 배달 온거 맞죠?"
      "왜요?"
      뭔가 아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 봅니다. 그녀에게 내가 뭘 들켰을까요. 오늘 이 현관 앞에서 그동안 많이도 보고 싶었던 그녀의 얼굴 원 없이 쳐다 봅니다. 우리집에 저런 동생하나 있었으면 삭막하지 않았겠단 생각도 해보고 저 여자가 내 옆에서 팔 장이라도 껴주며 걸어 준다면 제주도도 걸어서 갈 자신이 있겠습니다.
      "홍콩 반점이라고 그랬죠?"
      "네."
      "근데 젓가락은 북경 반점이었어요. 단무지 그릇도 비우고 나니까 북경 반점이던데요. 보세요."
      정말 그랬습니다. 다림씨 그녀는 탐정이었나요. 그런 걸 왜 유심히 관찰 합니까? 북경 반점도 징하네요. 단무지 그릇에다가 왜 저네 중국집 이름을 새겨 놓습니까? 자취생들, 자꾸 짱개 그릇이나 반찬 그릇 몰래 빼돌리지 마세요. 숟가락도요. 인심이 야박 해지잖아요.
      "에..."
      "원장 언니 좋아해요?"
      "미쳤어요! 내가 40살까지 장가를 못가도 연상하고는 안해요. 한 두살도 아니고 다섯 살이나 많은데..."
      "언니 듣겠어요."
      내 소리가 너무 컸나요. 열 받았습니다. 들을테면 들으라지.
      "에... 그래요. 오늘 우리 중국집 놀아요."
      "저 때문이에요?"
      "뭐가요?"
      "배달 나온 거."
      "에... 그렇다고 불 수 ..."
      "고마워요."
      다림씨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에게 자기를 좋아하는 맘을 들킨게 상당히 쪽팔렸는데 그녀는 고맙다고 말합니다.
      "내일도 놀아요?"
      "아마도 그럴겁니다."
      "저도 내일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다림씨가 내일은 할 일이 별로 없는가 봅니다. 그럼 내일은 학원에 나오지 않을 건가요. 아쉽네요. 오늘 미술학원은 왜 나왔을까요. 다시 그림 그리려는 것 같기도 한데... 모레부터 시작하려나 봅니다.
      "그릇은 다음에 찾아 간다고 말해 주시겠어요?"
      그녀에게 들고 있던 그릇을 도로 주었습니다.
      "가시게요?"
      "그럼 볼 일 끝났으니까 가야죠."
      말은 잘 나오는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 갑니다. 솔직히 좀더 다림씨를 보고 싶습니다.
      "저..."
      "말씀하세요."
      "다시 아는 체 하면 안될까요?"
      "무엇을요?"
      "어... 그 술먹는 거 있잖습니까."
      "저하고 술한잔 하자구요?"
      "네."
      "언제요?"
      "내일쯤...오늘도 괜찮구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다가 희망을 주는 그녀의 질문에 힘있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림씨는 차가운 말을 합니다.
      "싫은데요."
      애써 침착하려 했으나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습니다.
      "제가 사...사 드릴께요. 싫으세요?"
      "네."
      "그럼. 훔 안녕히 계세요."
      나는 아픈 코를 한 번 훔치고는 힘없이 돌아서려 했습니다.
      "내일 진짜 아르바이트 안 하세요?"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제가 식사 대접 한 번 하고 싶어요."
      "네?"
      "괜찮겠어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근데 왜 나한테 식사 대접을 할까요. 신기하네요.
      "네."
      "어디가 가까워요?"
      "뭐가요?"
      "만날 장소요."
      "그야 뭐 학교 앞도 괜찮고..."
      "그럼 학교 앞에서 보실래요?"
      "네. 근데 몇시에요?"
      "점심 드시고 싶으세요. 저녁 드시고 싶으세요?"
      둘 다면 안될까... 맘은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만 깨질라. 고민이 되네요. 점심을 먹으면 일찍 만나지만 일찍 헤어질것이고 음 좀 더 설레일 수 있는 저녁이 좋겠군요.
      "저녁이요."
      "그럼 한 다섯시쯤 볼래요? 학교 정문앞에서요."
      "네. 정말 사 주실려구요."
      "그럼요. 대접 받았으니까... 그리고 궁금한 것두 있구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뭘 대접 받았다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역시 흥분된 상태에서 빨리 달리면 안되는군요. 빠르게 내려오다 계단을 잘못 짚어 구를뻔 했습니다. 그녀가 안 봐 다행이군요. 굴러 넘어지지 않으려고 별 희한한 포즈를 취했었습니다. 난간을 뱀이 나무 타고 올라가듯 붙잡으며 침을 흘렸거든요. 잘못하면 다림씨와의 약속을 못지키고 주인 아줌마가 누웠던 침대로 바톤 터치하러 갈 뻔 했습니다.
      짱개 가방이 없는 오또바이를 모는 것이 이렇게 어색할 줄이야. 등뒤가 허전합니다.

      내 방이 들뜬 내 마음을 가두기에는 너무나 좁습니다. 밤은 그 좁은 방안에서 너무나 오래 떠나지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생은 연애질 하느라 아직 안 들어 왔습니다. 화병에 꽃이 없는걸루봐서 오늘 꽃을 받으러 갔나 봅니다.
      재떨이가 크니까 참 좋네요. 물도 고인게... 방안에서 동생의 큰 화병을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고 있습니다. 다림씨같은 미인과 내일 저녁 약속이 잡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지나 않나 헷갈립니다. 비록 다림씨와 짱개 배달하면서 얼굴을 익힌 것은 사실이지만 철가방에게 관심을 두었을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이 되질 않습니다.
      '역시 우리 세형제 중에서 내가 제일 잘났나벼.'
      초인종 벨이 울리고 부모님께 뭐라 뭐라 그러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 방문이 열리고 동생이 들어 오겠습니다.

      동생은 꽃을 한아름 들고 들어 왔습니다. 제 예상이 맞군요. 그렇지만 그렇게 밝은 표정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꽃을 바로 화병에 꽂느라 부산을 떨었는데 오늘은 그냥 책상에다 휙 던져 놓고는 옷갈아 입기에만 급급합니다.
      "너 싸웠냐?"
      "누구랑?"
      동생이 반바지 추리닝을 하나 걸치며 되묻는군요.
      "니 애인이랑."
      "걔랑은 싸움이 안돼."
      "왜?"
      "걔가 일방적으로 날 좋아하는 거니까."
      "너 신문에 낸다."
      "뭘."
      "너 친엄마가 너 제발 좀 데려가라고."
      "형아야."
      "왜."
      "은정이 고년이 내 군대 있을 때 사귄애가 둘이나 되더라. 하나는 또 우리과야. 키스도 여러번 했을거야 아마."
      "그것때문에 깨졌냐?"
      "아니. 걔는 나를 엄청 좋아한다니까."
      "그런데 왜?"
      "기분이 찜찜하잖아."
      "넌 걔가 좋냐?"
      "좋았으니까 만났지 임마."
      "너 죽을래 새꺄."
      "미안해 형."
      "뭣 때문에 기분이 찜찜한데?"
      "진짜 상담이 안되네. 이러니 쯧쯔."
      동생이 나를 비웃는 듯이 눈을 내리 깔더니 깔아 논 이불을 덮고 누워버렸습니다.
      "꽃은 꽂아야지."
      "형이 꽂아."
      "걔하고 싸웠냐?"
      "안싸웠다니까."
      "일어나 니가 꽂아 빨리."
      "왜."
      "걔가 지금 널 좋아하고 니가 걔를 좋아하면 됐지. 뭐 딴게 필요있냐?"
      "그렇게 간단한게 아냐. 형도 해봐. 가망이 없구나 참."
      "이게 진짜. 나도 내일 아가씨하고 약속 있어 임마."
      "그래 그래 내가 꽂을게."
      동생이 일어 났습니다. 내가 재 털었는지도 모르고 꽃을 꽂았습니다.
      "꽂았으니까 형 거짓말 하지마 알았어?"
      나를 못마땅한 듯 쳐다보며 다시 자리로 가 눕는 동생이 어찌보면 귀엽기도 합니다. 니가 믿건 안 믿건 난 내일 다림씨를 만난다.
      화병에 꽂힌 장미가 오늘 내 마음처럼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활짝 피어 있습니다. 그 장미 사이에 아까 피었던 담배의 꽁초를 살포시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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