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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09편

관리자 2019.08.12 14:52 조회 수 : 4

      짱개 배달도 안했고 그녀 생각도 나고 밤은 잠이 들지 못한 채 깊어만 갔습니다. 그녀에게 받은 돈이 오늘로 만원을 넘었습니다. 팔월달은 어쩌면 이 천원짜리들처럼 빳빳한 추억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동생은 오늘 별로 표정이 밝지 못하더니만 그래도 베개를 꼬옥 껴 안고 잠은 미소를 머금은 채 먹고 있습니다. 나는 새벽에 신문 배달하는 오또바이 소리를 듣고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났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화병의 꽃은 어제 동생이 자신들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못했는데도 여전히 웃고 있습니다. 시간은 아침 먹어야 겠다,라는 소리가 어색한 11시였습니다. 그래도 아침을 먹어야죠. 주방의 한 켠에 아침 밥상이 날 위해 차려져 있습니다. 동생도 늦게 일어났나 보네요. 방금 먹고 간 듯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되도록 적게 먹었지요. 약속이 있기 때문에... 동생도 밥을 남기고 나갔습니다. 아껴야 잘 살죠. 버릴 수가 없어 내가 먹었습니다. 동생 밥 그릇은 비워져 있는데 제 그릇의 밥을 남길 수는 없었습니다. 마저 먹었습니다. 오늘 약속 때문에 아주 조금만 먹었네요. 아직 약속 시간은 사분의 일나절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긴장이 됩니다.
      에이씨 심장이 빨라지면 시간도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심장 고동 소리만 빨라지고 시간은 그대로 인듯 합니다. 하늘은 또 장마가 시작 되려는지 시커먼 구름들로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마당 베란다에 앉았다가 빗줄기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나기였군요. 소리는 요란하게 컸지만 오래지않아 해가 다시 나왔습니다. 저기 멀리 또 구름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겠습니다. 에... 그녀가 우산을 안가지고 나온다면 같이 쓸 수도 있지요. 헤헤. 다림씨에게서 받은 돈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습니다.

      참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습니다. 오후 네시 정도부터 기다린 이곳은 햇살도 뜨거웠고 떨어졌던 비가 증발하면서 땅도 뜨거웠습니다. 다리미 바닥 같습니다. 다리미 그러니까 다림씨가 생각이 나네요. 그녀는 지금 무얼할까요. 에... 생각해 보니까 절 만나러 오고 있겠군요. 신납니다. 심장아 가만히 있어라. 자꾸 그렇게 발작하면 떼 내어 버린다.
      "오빠!"
      야릇한 여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엉덩이가 오싹합니다.
      "엉! 누구신지..."
      다림씨는 아니었군요. 꼭 마징가 제트를 화장시켜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나야. 전자과 퀸카."
      자세히 보니 그런거 같습니다. 우리과 퀸카였습니다. 뭐 여자라고 쟤 하나 뿐인데 퀸카 맞겠죠 뭐.
      "근데. 왜 오빠냐. 내가 너한테 형 아니었냐?"
      "나도 애인이 생겼걸랑. 좀 여자 다와지기로 했지."
      "아임에프 때문이겠지."
      "갑자기 아임에프가 왜 나와?"
      "딱 보니까 니 애인이라는 사람 백수같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임에프 때문에 취직 안된거지?"
      "응."
      "맞잖아. 백수 아니었으면 누가 너하고 사귀겠냐?"
      "내가 형이니까 참는다. 그 사람 그래도 이번 학기에 대학원 들어가."
      다시 형소리가 바로 나오네요. 니가 그러면 그렇지 니 애인 엉덩이도 툭툭 치고 다니냐?
      "그래. 어디가는거야?"
      "그이 만나러."
      그이? 사랑은 설레이는거군요. 그토록 남자같던 그녀라 부르기 어색한 우리과 그녀도 설레이면서 이제는 그녀라해도 예전만큼은 어색하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화장이 영 어색한게 떨칠 수는 없군요.
      "나 좀 이뻐진것 같애?"
      "졸라 이뻐졌어. 근데 니 화장한 걸 보니까 불량감자가 생각이 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너 그이 만나러 간다며? 약속 시간 되지 않았냐?"
      "그렇구나. 그럼 복학하면 봐."
      우리과 퀸카는 칼 루이스가 뛰는 듯한 모습으로 휭하니 도서관쪽으로 사라졌습니다. 내 복학하면 넌 졸업할텐데... 재도 문득 생각나면 웃음을 주겠군요. 잊혀지면서 말입니다.
      우리과 그녀가 사라진 쪽을 보고 있는데 또 등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이었습니다.
      "어. 오...오셨군요."
      그냥 미소를 지었을 뿐 그렇게 반가워 하는 표정은 지을 수 없었습니다. 떨렸기 때문에요. 시간은 다섯시에서 이-삼분 지났을 때였습니다. 다림씨는 여느 학생들의 모습같은 반팔 티에 청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그래도 화려한 드레스의 어느 공주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저 많이 기다렸어요?"
      "지금이 약속 시간이잖아요."
      "그래도 누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으면 괜히 미안해서요."
      "금방 왔어요."
      그걸 부정하듯 내 이마에서는 땀이 연신 흐르고 있었고 내가 입고 있는 티도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저녁이요."
      다림씨는 한번 보조개를 띠우고는 제 팔을 잡았습니다. 다소 어색합니다.
      "가요. 철판 볶음밥 좋아하세요? 전 그게 너무 맛있거든요."
      이렇게 더운날 철판 볶음밥이 왠 말이래요.
      "저도 너무 좋아해요. 그거 먹어요."
      서로 아무런 접촉이 없이 걷고 있지만은 저기 팔짱끼고 가는 연인이나 또 저기 완전히 껴 안고 가는 년놈 하나도 안 부럽습니다.
      날씨가 더운데 철판 볶음밥 집은 제법 붐볐습니다. 자리에 앉았지요.
      그녀가 따라준 컵을 입에 대며 귀여운 눈빛으로 메뉴판을 봅니다.
      "전 양송이 볶음밥이요. 원이씨는요?"
      양송이 볶음밥은 무엇이래요.
      "저하고 입맛이 비슷하군요. 저도 그럼 그걸로."
      이렇게 자연스럴수가... 저에게 이런 잠재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 잠재 능력은 별로 발휘되지 않았습니다.
      "인사동에 가면 칼국수 잘하는 데가 있거든요. 날씨가 싸늘해질 때 가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다림씨가 볶음밥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나요. 먹을 걸 시켜놓고 또 다른 먹는 얘기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제가 멀뚱히 숟가락만 들고 있으니까 그녀가 또 말합니다.
      "가을이 끝나면 칼국수도 사드릴께요."
      그 말이었군요. 난 또... 철가방이라고 그런 것 못 사먹을까봐 그러나요? 나 부잔데... 한 여름에 가을얘기는 또 왜 하는거죠? 그때는 철가방 안할텐데...
      "고맙습니다."
      밥은 철판위에서 볶아졌고 다림씨가 이리저리 숟가락질을 했습니다. 철판위의 밥이 다 없어질 때까지 전 별 말을 못했습니다. 그냥 가끔씩 묻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요 만 했을 뿐입니다. 저도 묻고 싶었지만 버릇처럼 입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원래 말이 별로 없으세요? 학원 언니랑 옥신각신 할 때는 참 재밌는 분 같았는데..."
      "예? 조...좀 어색함이 가시면 그런데로 말을 하긴 하는데..."
      "흠.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요?"
      다림씨가 일어날 때의 표정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미팅이다 소개팅이다 할 때 상대편 여자의 표정에서 많이도 본 모습입니다. 말이없어 심심했는지 저 표정 뒤에는 항상 집으로 그냥 가버리더군요. 수퍼맨같은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고... 밤에 나이트 가는게 취미라던 아가씨가 갑자기 부모님이 아홉시까지 안들어오면 잡아 죽인다는 헛소리를 해가며... 또는 뻔히 무남독녀라 그래놓고 자기 오빠가 오늘 군에서 휴가 나온다나요. 그렇게나와 헤어지려 했었습니다. 난 왜 이럴까.

      그녀가 계산하는 모습을 어색하게 쳐다봤습니다. 저 계산이 끝나면 그녀도 집으로 간다는 소리가 나오겠죠. 슬픕니다. 잡고 싶지만 싫어하는 모습 보일까봐. 그 모습이 무서워 말을 못 꺼내겠습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이 소리가 분명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물끄러미 다림씨를 쳐다 봐야만 했습니다.
      "뭐 하실래요? 제가 밥 샀으니까 차라도 한 잔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요."
      그녀의 말은 나를 편하게 했습니다. 어색함도 없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는데 있어요?"
      "없지만 뭐 커피숖이야 제가 낯이 익은 곳이죠. 겨울의 차가운 북적거림을 느끼고 싶으면 샤갈의 눈내리는 동네가 좋구요. 이렇게 가게 이름 길게 만드는 사람들 이해가 안가요. 푹신한 소파를 원한다면 쌔가 좋아요. 조용한 음악을 원하시면 여우사이. 간단히 차를 통해 휴식을 얻고 싶다면 셀프하는 곳도 괜찮지요. 진정한 커피의 향기를 원하시면 현철다방이 좋구요. 아주 싸게 먹을려면 우리학교로 가서 자판기 커피도 있지요."
      제가 어색함만 없다면 이정도 말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아자!
      그녀의 웃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현철다방은 뭐에요?"
      "우리 철가방 단골 다방인데요. 커피가 참 맛있어요. 박양도 얼마나 예쁜데요. 다리미 보다는 못하지만..."
      "여우사이 가요. 여기서 가까운데서 봤어요."
      "네 기꺼이."

      다림씨가 옆에서 웃어주니 자신감이 생기네요. 웃음을 보이는 것은 남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건가 봅니다. 그렇다고 비웃지는 맙시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켜진 실내는 은은한 조명과 같이 은은한 음도 울리고 있었습니다. 대화하기 좋은 곳이죠.
      밖이 보이는 창가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내가 담배피는 사람으로 보였습니까? 서빙 보는 아가씨가 메뉴판보다 재떨이를 먼저 갔다줍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그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많이 편해졌단 증겁니다.
      "전 아이스커피요."
      "아가씨!"
      이런 곳에서는 부르는게 아니군요. 하지만 다림씨의 모습은 더움에 시달려 이제는 차가운 음료수가 필요하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여기 아이스 커피 하나 냉커피 하나요."
      "네?"
      서빙 보는 아가씨가 초짜인가 보네요. 주문을 되묻습니다.
      "아이스 커피가 안돼요? 냉커피가 안돼요?"
      "네? 둘다 되는데요."
      "하나씩 주세요."
      앞에 앉아 있는 다림씨가 웃습니다. 그리고 서빙 아가씨가 왔을 때 아주 듣기 좋은 웃음소리를 크게 내며 입을 활짝 열었지요. 그 서빙 아가씨는 꼭 남자셋 여자셋의 선정씨 같았습니다.
      "냉커피 어느 분이세요?"
      "저요."
      "아이스 커피는요?"
      저에게 주었으면 남은 건 다림씬데 이 아가씨가 웃겼습니다. 다림씨 컵과 제 컵이 똑같네요.

      "언제부터 철가방 하신거에요?"
      "육개월 다 되어갑니다."
      "지하철에도 배달이 되요? 티비에서 보니까 전철안에도 배달을 하던데..."
      그 말을 하고 씩 웃는 다림씨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다림씨가 주문하면 그럴 수도 있죠. 지하철이 문제 겠습니까. 747 뱅기 안에서 시켜봐요. 내가 못 갖다 주나. 그냥 웃어 주었을 뿐입니다.
      "모델이세요?"
      "네."
      "하긴 이쁘시니까."
      "정식 모델은 아니에요."
      "그건?"
      "협회에 가입은 하지 않았거든요."
      "네?"
      "좀 더 가까워지면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좀 그렇네요."
      그녀가 저와 좀 더 가까워 지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꿈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철가방을 하셨어요?"
      그녀에 대해 더 질문하고 싶었지만 잠시 참죠. 그녀의 질문에만 충실히 답을 해야겠습니다.
      "친구가 하던 거라서... 제법 돈이 된다길래."
      "돈은 많이 벌었어요?"
      "그럼요. 일년 등록금을 이제 제가 낼 수 있다니까요."
      "등록금이 얼만데요."
      "일년이면 오백만원이죠."
      "우와. 그렇게 비싸요?"
      "다림씨는 등록금 안 내 봤어요?"
      "전 전문대 나왔어요. 졸업한지도 삼년이 넘었구요."
      "아... 그래요."
      "아르바이트 계속 하실거에요?"
      "팔월달에 그만 둘 생각인데... 참 우리 학교는 어떻게 온 거였어요?"
      "저도 아르바이트 비슷한 거 하러 간거에요. 그 날 짤렸지만..."
      "모델 서신거에요?"
      "네. 요즘은 절 찾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다음에 만나면 얘기 해 드릴게요."
      "저 계속 만나줄 수 있단 말인가요?"
      "네? 제가 그렇게 말한 게 되나요?"
      "제가 듣기는..."
      "참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어요. 아르바이트인 줄은 몰랐는데..."
      "저 별로 열심히 못 살았는데."
      "그냥 철가방이라 소박해 보였어요."
      씨 철가방이 어때서...
      그녀가 날 보며 꼬마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입을 방긋했습니다.
      "팔월달에 그만 두면 못보겠네요. 전 계속 할 줄 알았는데. 언니가 학원에 자주 놀러 오라고 했거든요."
      "원장 아줌마는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잘 아는 사이요 히."
      이 아가씨도 농담을 제법 하네요.
      "저야 다림씨가 시간만 내 준다면야 항상 만나고 싶죠."
      "그래요?"
      "그럼요."
      "저 물어볼게 있다고 그랬죠?"
      "물어 보세요."
      "장미. 언니한테 준거에요 저 한테 준거에요?"
      "당연히 다림씨한테 준거죠."
      "쿠쿠. 원이씨가 갖다 놓은게 맞군요."
      다림씨는 자기 집에 아무래도 탐정소설책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 대답을 듣고는 웃어주는 다림씨의 얼굴이 너무나 천진난만하여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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