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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11편

관리자 2019.08.12 14:56 조회 수 : 5

      원장아줌마가 전화번호 주고 받는 다림씨와 나를 물끄러미 쳐다 봅니다. 들고 있는 컵이 얼굴을 받치고 있는 모양으로 말입니다.
      "둘이 지금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요? 이게 바로 사귈려는 징조 아닙니까.
      "나도 적어줄까? 나 이래뵈도 아직 젊어."
      원장샘이 젊으면 난 이팔청춘이겠다. 그래 난 아직 늙지 않았습니다.
      "전 학교에서 늙은이 취급 받는데요."
      "나는 우리집에서 아주 애 취급 받는데? 늙은이하고 애하고 사귀어 볼래? 내가 손해보는 셈치고."
      원장아줌마가 아무래도 저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웃고 있는 다림씨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아줌마의 구애 공작은 계속 되었습니다.
      "언니 좋은 분이에요. 사귀어 보면 맘이 달라질걸요."
      원장아줌마가 다림씨의 말을 듣고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방긋합니다.
      "그래 나랑 사귀면 얼마나 귀여움 받겠어?"
      "싫은데요. 둘 다 사귈 자신은 없어요."
      생각없이 뱉은 말인데 상대편은 그게 아닌가 보네요. 그래서 착각하면 힘들어지죠.
      "오호! 둘이 사귈려고? 철가방이 다림이 같은 미인을 넘본다?"
      "예? 철가방도 사람인데요."
      "철가방이 어떻게 사람이야. 가방이지."
      "네?"
      "그만 놀려요. 저러다 언니가 진짜 맘 있는 줄 알겠어요."
      다림씨가 제 표정을 보더니 웃으면서 원장 아줌마의 말을 막았습니다. 그래 그만 놀려요. 원장 아줌마가 저한테 맘이 있는 줄은 알겠는데 난 원장아줌마 옆에 있는 분이 더 좋단 말입니다.
      비는 계속 쏟아 졌습니다. 그릇은 비워졌고 제가 할 일은 이제 중국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겠군요.
      "학생. 그만두면 우리 미술학원하고는 끝이겠네?"
      이제는 학생으로 부르네요. 어디까지 가나 봐야겠군요. 그릇을 챙기는데 원장아줌마가 물었습니다.
      "네. 그만두면 뭐..."
      "아쉽네. 그래도 정이 들었는데... 탕수육도 주고 말이야. 물론 나한테 준건 아니겠지만."
      "아직 열흘정도 남았는데요. 많이 시켜 드세요."
      "열흘이면... 가만있자. 한 16-7일 쯤 되겠다."
      "네."
      "그때부터 진짜 한가해?"
      아줌마가 뭘 부탁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원장아줌마의 말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다림이한테 부탁해봐야 겠네."
      궁금한 듯한 표정으로 둘을 살폈지만 웃을 뿐 다림씨도 원장아줌마도 아무말이 없습니다.
      더 있고 싶었지만 계속 있으라는 말이 없었기에 그냥 나와야 했습니다. 비는 여전히 억수 같이 퍼 붓습니다. 올때는 몰랐는데 돌아가는 길은 멀었습니다. 신발이 무겁습니다. 철가방도 더 무거운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비가 왔습니다. 하지만 빗줄기는 많이 약해 졌습니다. 11시가 지나자 비는 그쳤습니다. 예전으로 돌아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만에 주인 아줌마는 원기를 회복하신듯 얼굴이 헬쓱하지 않습니다. 주문이 시작되었고 중국집은 예전의 활기를 찾았습니다. 신참은 가까운 곳으로 배달을 하고 동윤이와 나는 칠구의 영역까지 배달을 나갔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주문한 삼선짜장 두개는 바쁜 한 시 경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거기서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학원에서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내려 옵니다. 학원이 맞긴 맞나 봅니다.
      "식사 왔습니다."
      다림씨도 그림을 좀 그리나 보네요. 아직 화실을 나가지 않은 한 꼬마의 그림을 봐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나와 데이트 했을 때의 옷차림입니다. 사랑스럽네요. 원장아줌마는 전화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내일 봐. 오늘은 그만하자."
      다림씨가 자기 먹을 것을 뺏기긴 싫었나 봅니다. 다림씨와 같이 있던 꼬마는 나에게 우스운 눈빛을 주고는 그림도구를 챙겨 나갔습니다. 수채화군요. 나보다 쫌 잘 그린것 같습니다.
      "너 몇학년이냐?"
      "사학년이요."
      요즘 아이들 무섭군요. 나가면서 철가방을 툭치고 나갔습니다. 철가방이 무슨 죄라고... 원장실에다 식사를 갖다 놓았습니다. 다림씨만 저를 따라 원장실에 들어 왔습니다. 원장 아줌마의 전화는 길어질 듯한 느낌입니다.
      "잠깐만. 다림아 책상 안을 찾아 봐. 돈 있을 거야. 그러고도 가만히 있었어?"
      다림씨가 날 보며 웃어 주고는 책상서랍을 열어 돈을 찾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만 있을 뿐 돈은 보이지 않습니다.
      "언니 없는데?"
      "다시 잠깐만. 책상안에 없어? 그럼 걸어 논 옷 주머니에 봐."
      "거기도 없어."
      "그럼 니가 좀 계산 해. 나중에 내가 줄테니까.엎어버리지 그걸 참았냐. 나 같으면 불 질렀다."
      원장 아줌마의 목소리가 참 과격한 어조로 울려 퍼졌습니다. 누구하고 전화를 하길래 저럴까요.
      "호호. 얼마에요?"
      원장아줌마의 울렁찬 목소리가 저에게 미안했는지 다림씨는 머쩍은 웃음을 웃고는 가격을 물어 보았습니다.
      "만원이요."
      다림씨 그녀에게서 처음 만원짜리 지폐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하얀손에는 물감이 묻어있네요. 만원짜리 지폐에 그녀의 지문이 찍혔습니다.
      그녀와 데이트도 했었지만 오늘은 철가방의 신분으로 음식 값을 받고는 그냥 나왔습니다.
      원장아줌마는 여전히 전화기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 전화기가 오늘 원장 아줌마에게 시비를 걸었나 봅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무리 전화를 받고는 있지만 인사는 하고 가야 겠기에 현관 문을 열려다 인사를 했습니다. 원장 아줌마가 저에게 눈웃음을 쳐주며 잘 가라,는 말을 대신해 줍니다. 입으로는 이런 말을 하고 말입니다.
      "확 그 자식 나한테 데려와. 철가방으로 찍어 버리게."
      에구. 철가방을 감쌌습니다. 새로 산 철가방인데... 내 후계자에게 물려 줘야 한단 말이에요.

      한 동안 문을 안 열었다고 짱개 찾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오후 세시가 넘어가도 배달주문은 뜸해지지 않았습니다. 학원의 그릇은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 찾으러가야 겠습니다. 그 쪽 방향으로 배달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네 시가 가까이 오는 무렵부터 한가해 집니다. 이제 찾으러가도 되겠군요.

      학원에는 다림씨만 있었습니다. 그림 그린 흔적은 찾을 수 없었구요.
      "원장샘은 어디 갔어요?"
      그릇을 들고 그냥 내려 가려다 아쉬워 물었지요.
      "어디 갔어요. 동생이 남편하고 싸웠나 봐요."
      "네. 혼자 안 심심해 해요?"
      "호호. 왜 놀아주시게요? 안 바빠요?"
      "조금 한가 할때죠."
      "언제 일 마쳐요?"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충 여덟시 정도."
      "네."
      "그림 안 그려요?"
      "저요? 무슨 그림?"
      "그림 때문에 온 것 아닌가?"
      "아니에요. 요즘은 할 일이 없어 그냥 놀러 오는 거에요."
      "예. 저 가봐야 겠네요. 안녕히."
      "저기요. 원이씨."
      "네."
      "안 바쁘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지."
      "그렇게 시간 낼 수는 없어요. 담에 마시죠. 뭐."
      하. 멋있지 않습니까? 그녀의 차한잔 하고 가라는 그 천사의 유혹을 멋있는 웃음과 함께 거절을 했습니다. 중국집에서 많이도 후회했습니다. 신참때문에 일이 밀릴 것 같아 일찍 돌아왔는데 그냥 멀뚱히 문 앞에 앉아 담배만 폈어요.
      "배용준씨 안 힘들어요?"
      "힘 듭니다."

      동생은 녀석의 여자친구와 뭐가 잘 안돼나 봅니다. 첨엔 참 당당한 표정이더니 요즘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근심이 있어 보입니다. 애들인데 뭐 싸우면서 커겠죠.
      "저 꽃 시들면 다시 받아 올 수 있냐?"
      "작전 구상중이야. 강하게 그냥 밀고 나갈까. 지는 척 싹싹 빌까. 형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얼굴을 보니까 싹싹 비는게 낫겠다."
      "그럴까?"

      오늘은 오후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학원에서 배달 주문이 없었습니다. 삐삐나 쳐볼까 생각을 했지만 뭐 할 말이 별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녁 배달이 끝나는 무렵까지 학원에서 주문은 없었습니다.
      "오늘도 수고 했다."
      "네."
      "동윤이는 내일부터 안 나오지?"
      "뭐. 한 이십일만 쉬었다가 다시 나올게요."
      내 마음이 너무 들떠 있었는지 동윤이가 그만 둔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네요.
      '다림씨가 오늘은 학원에 나오지 않았나?'
      "여름엔 배달이 그렇게 많지가 않으니까 당분간 원이하고 용준이하고 둘이서 하자. 알았지?"
      옆을 쳐다보니 코쿠멍을 후비고 아줌마 말씀을 들으며 티비에 눈이 가있는 배용준이를 보았습니다. 이런 신참 녀석하고 그 넓은 구역을 책임져야 하다니 앞날이 깜깜합니다. 하지만 저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뭐.
      "용준씨 잘해 봅시다."
      "예. 드림 테크날라지..."

      월세방에서 동윤이와 조촐하게 만찬을 즐겼습니다. 아줌마가 탕수육을 주었습니다. 이별의 만찬은 푸짐했습니다.
      "내가 없는동안 이 책들을 잘 부탁한다. 한장이라도 찢어지면 내 가만 안 있을기다."
      동윤이는 그 말을 남기며 그 야한 책들을 보자기에 싸서 방 한구석에 고이 모셔 놓고는 자기 짐인 옷 몇가지를 챙겨 방을 나갔습니다.
      "용준씨만 오늘 방에 있겠네요. 하다보면 별로 힘들지 않을 거에요."
      동윤이는 떠났습니다. 하 친해졌었는데... 그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겠군요. 문득 생각이 나다가 어느날이면 나는 생각에서 그를 지운채 일상을 살아 가겠지요.

      오늘은 무척이나 바쁩니다. 전 먼 곳만 배달을 했거든요. 용준씨가 아직 지리를 잘 몰라 가까운 곳은 용준씨 차지였습니다. 미술학원도요. 오늘 미술학원에서 주문이 있었습니다. 삼선짜장 두개요. 아쉽지만 전 다른 곳으로 배달을 나가야 했습니다. 허전한 오후가 흘러 갔습니다.
      "저기요. 주원씨."
      "예."
      배달이 한가해지는 무렵에 용준씨가 저를 부릅니다.
      "미술학원에 예쁜 아가씨가 주원씨 찾던데요."
      "네?"
      낯선 놈이 오니까 허전하겠지요. 제가 그렇게 잘 생겼는지는 의문이 가지만 그래도 저 놈보다는 확실히 잘생겼습니다. 당연히 절 찾을만 하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그만두면 계속 삐삐 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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