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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12편

관리자 2019.08.12 14:57 조회 수 : 7

      이틀을 다림씨를 못 본채 마감을 합니다. 많이 허전합니다. 삐삐를 치고 싶은 맘은 간절하지만 전화기에 손이 잘 가질 않습니다. 중국집 일은 지금 마무리되어지고 있습니다.
      "빼래래. 빼래래."
      가끔 늦게 주문을 하는 사람이 꼭 있지요. 적당히 거절을 하지만 참 사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마누라가 임신 중인데 꼭 짱개가 먹고 싶다느니... 칠순 노모가 생명이 위독하신데 좋아하는 짱개나 먹여 보내드리고 싶다는... 그렇지만 공과 사는 구별해야죠. 홀에 전화 받을 사람이 없었기에 제가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오늘 배달은 끝났는데요."
      "거기 주원씨 있으면 부탁 드릴게요."
      고운 음성이군요. 들어 본 것 같기도 한 여자의 고운 음성입니다.
      "전데요."
      "아직 집에 안 가셨구나. 저에요 다리미."
      "아. 다림씨구나. 왠 일이에요?"
      "마치고 잠시 볼까 해서요."
      "저를요?"
      "네."
      거 참 기쁘군요. 나에게도 여자가 먼저 전화를 해서 찾아 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신기합니다.
      "그때 봤던 여우사이. 별로 안 멀죠?"
      "네."
      "그럼 마치고 거기서 볼래요?"
      "그래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귀가는 늘 즐거웠지만 오늘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두근거리고 설레이고 기쁩니다. 그냥 월세방으로 사라져야하는 저 배용준이가 불쌍해 보입니다. 거울을 보았습니다. 오늘 옷차림이 그다지 깨끗하지 못합니다. 땀냄새도 나구요. 내일부터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좀 해야겠습니다.
      걸음아 날 살려라, 뛰어 갔지요. 생각해 보니 버스를 타도 되는군요. 하지만 뛰어 갔습니다. 차들이 장난이 아니게 막히고 있었으므로...
      숨을 헐떡이며 커피숖을 들어 갔지만 그녀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보네요. 그럼 뭐 앉아서 기다리면 되지요. 서빙보는 처녀가 또 재떨이를 먼저 가져다 주는군요. 옆에 이쁜 아가씨랑 앉은 놈이 날 한 번 쳐다 봅니다. 눈싸움 해주었지요. 예전 같으면 그냥 눈을 돌려 버렸겠지만, 대부분 커피숖도 남자들과 왔었기에 상대편과 같이 앉아 있는 아가씨 때문에 기가 많이 죽었었지요. 이제는 나도 기가 죽을 필요가 없지요. 힐끗 힐끗 구경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 자넨 그 아가씨하고 재밌게 이야기 해. 뭐 나도 조금 있으면 올거라네.' 이렇게 생각하며 쳐다 봐 주었지요. 하하. 저기 다림씨가 문을 열고 나타납니다.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지 입을 가리고 웃습니다. 안 가려도 되는데...
      다림씨가 제 앞에 앉았습니다.
      "진짜 잘 뛰시던대요?"
      "네?"
      "버스 타고 오면서 봤어요. 엄청 열심히 뛰시대요. 이제는 쉬겠지했는데 보이지가 않더라구요."
      "학원에서 오는 길이에요?"
      "네."
      좀 쪽팔립니다. 제가 뛰는 폼이 좀 그렇거든요. 버스 탔으면 다림씨를 버스에서 볼 수도 있었겠군요. 아깝다. 메뉴판이 왔습니다.
      "뭐 드실래요? 뛰어 와 덥겠어요."
      "네. 냉커피 마실께요."
      다림씨가 또 웃습니다. 아가씨가 와 주문을 받습니다.
      "냉커피 하나 아이스 커피 하나요."
      다림씨도 저런 식으로 주문을 하는군요. 서빙보는 아가씨는 못마땅한 듯 우리를 째려보며 갔습니다.
      "주원씨한테 배웠어요."
      "헤헤. 오늘 저 뭐 때문에 보자고 그랬어요?"
      "네? 그런것은 묻는게 아니라고 하던데."
      "왜요?"
      "만나자고 한 이유가 있으면 당연히 말을 할 것이고, 없으면 뭐 보고 싶어서 만나자 한 거겠죠?"
      "음..."
      써먹어야 겠군요. 다림씨가 이유를 말하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녀한테는 이유가 있었군요.
      "언니 학원에서 야외 스케치를 가거든요. 그 일 때문에 물어볼게 있어서요."
      "냉커피 어디세요?"
      서빙 아가씨가 주문 한 걸 들고 왔습니다.
      "저 주세요."
      서빙 아가씨가 냉커피 물어 놓구선 다림씨에게 줍니다.
      "아가씨 냉커피 이쪽이라고 그랬잖아요."
      서빙 아가씨가 저에게 눈을 흘겼습니다. 실수한 걸 바로 잡아 줬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림씨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17일날 갈 생각이거든요."
      다림씨가 아이스 커피의 스트로우에서 입을 떼고는 계속 말을 합니다. 난 냉커피 빨대를 물고 들었지요.
      "언니가 저보고 한 번 부탁해 보라는군요. 애들이 말을 잘 안 듣거든요."
      "뭘요?"
      "주원씨 같이 가자구요."
      "난 그림 못 그리는데요. 제가 뭐 할 일이 있나요?"
      별로 달갑지않게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림씨의 말이 나에게 너무나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저하고 놀면 되잖아요."
      "네? 다림씨도 갈거에요?"
      "네."
      다림씨와 진짜 인연이 생기려나 봅니다. 많이들 뒤집어 지겠군요. 구월달은 자랑하고 돌아다녀야 겠네요. 하하
      "어디로 가는데요?"
      "부곡쪽으로 갈 생각이에요."
      "예? 그렇게나 멀리요? 온천에 뭐 그릴게 많나요?"
      "아니요. 그 부곡 말구요. 수원가다 보면 저수지 하나 있잖아요."
      "아. 거기요."
      "가실 생각 있으세요?"
      "저야. 다림씨가 가면... 낚시하는 사람도 있을거도 뭐 가지요."
      노골적으로 다림씨가 가면 당연히 따라 가지요. 이러기가 뭐 해서 낚시 얘기 꺼낸것은 나의 실수 였습니다.
      "낚시 좋아하세요. 야 잘됐다."
      "뭐가요?"
      "전 낚시하는거 꼭 한번 따라 가고 싶었거든요."
      전 낚시하러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다림씨가 너무 앞서 갑니다.
      "애들 야외 스케치 간다면서요."
      "걔들만 보고 있을 수 있나요. 뭐 다른거 하면서 놀면 좋잖아요. 애들은 오고 갈때만 돌보면 되는거죠."
      저렇게 말하는데 나 낚시대 없어요. 낚시는 친구따라 한 번 가본 적 밖에는 없어요. 이렇게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린 소녀같이 설레이는 저 맑은 얼굴을 깨기가 싫었습니다.
      "그럼 전 낚시나 할까요."
      "그래요. 생선이라도 잡으면 찌개 해먹으면 되잖아요."
      생선이라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됩니다. 뭐 대충 폼만 잡으면 되겠군요. 아버지 낚시대를 몰래 훔쳐야 겠습니다. 그날이 기다려 집니다. 호숫가에 다정한 남녀의 모습이라... 너무나 아름답겠습니다.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나의 꿈같은 사랑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하하하.

      "내일도 이맘 때 시간 있어요?"
      커피숖을 나오며 다림씨에게 물었지요. 내일도 보고 싶었기에.
      "네?"
      "신참 철가방이 들어와서 미술학원을 뺏겼어요. 그래서 볼 수가 없어서요. 내일 시간 있으세요?"
      "왜요?"
      다림씨가 아주 귀여운 눈짓으로 저를 쳐다 봅니다.
      "아까 그런것은 묻는게 아니라면서요. 이유가 있으면 당연히 말할 것이고..."
      "이유 있으세요?"
      "없는데요."
      "그럼 마치고 삐삐치세요. 바로 연락할게요."
      "그러세요."

      오늘은 제가 다림씨를 바래다 주었지요. 뭐 바로 앞인데 바래다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지하철 가는 길에 잠시 섰다가 간 것 뿐이죠. 떨이로 파는 장미가 이곳에도 있군요. 다림씨가 예쁘다며 몇 송이 살까 그럽니다.
      "제가 내일 사드릴께요. 오늘은 돈이 없거든요."
      "정말 사주려구요?"
      "이정도야 뭐. 학교가서 한그루 뽑아 줄 수도 있겠는데."
      "감사."
      그녀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버스를 타고 내 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영상은 여전히 내 맘속에 있지요. 설레이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동생이 히죽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묻습니다.
      "형 또 차였어?"
      "왜? 내가 언제 차인 적 있냐?"
      "형 미팅 깨지고 나서는 항상 그렇게 웃었잖아."
      "니 일이나 신경 써."
      "난 좀 길어 질 것 같애. 하지만 뭐 형처럼 차이지는 않겠지. 난 잘난 놈이니까."
      "잠이나 자 새꺄."
      그녀에게서 받은 이만 이천원은 내일 그녀에게 도로 줄 것입니다. 지갑에다 넣었어요. 그녀에게 꽃으로 변신하여 돌아갈 것입니다.

      아침에 형 양복을 하나 훔쳤습니다. 그리고 입어 보았습니다. 어디 대기업 회사원 같습니다. 훌륭한 재원처럼도 보이구요. 그래 이거 입고 출근해야 겠습니다. 일할 옷은 거기서 갈아 입지요 뭐.
      지하철에 저같이 회사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군요. 반듯한 머리에 양복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 잘난 사람들이니까 기죽지 마시고 힘들 내세요.
      배용준이가 날 물끄러미 쳐다 봅니다. 주인 아줌마는 왜 혀를 차실까요? 주방장 아저씨도 내다 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줌마는 차던 혀를 멈추고 나의 이 멋있는 인사를 영 이상한 쪽으로 받아 주었습니다.
      "동윤이 말이 맞구나. 정말 미친 짓 많이 한다."
      "배달은 갈아 입고 할거에요."
      "그럼 갈아 입고 해야지. 정장 입고 철가방 든 놈 봤어? 안 갈아 입고 하려고 했으면 바로 전화했지."
      "어디로요?"
      "정신 병원이지 뭘 물어봐."
      정신 병자로 몰려도 기분이 좋습니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 막연한 그리움과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 준비를 합니다. 아침부터 이상했기에 아줌마도 다른 어떤 사람도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삐삐를 쳐 놓구선 거울을 보며 머리도 빗고 넥타이도 바로하고 옷맵시도 다듬고 있습니다.
      "빼래래. 빼래래."
      다림씨겠지요. 당연히 그녑니다.
      "벌써 끝마쳤어요?"
      "네."
      "어디서 보실래요?"
      "일단 그 커피숖으로 오세요."
      "뛰어 오시지 마세요. 서울 공기 별로 안좋아요."
      "그래요. 거기서 봅시다."
      다림씨가 제 걱정까지 해주는 군요. 그럼 뛰어서 갈수는 없지요. 하지만 버스는 많이 막힐 겁니다.
      "배용준씨."
      "네."
      "오또바이 연습 좀 해야죠?"

      동윤이는 오또바이를 심하게 몰았나 봅니다. 큐손이 영 별롭니다. 뒷좌석에 앉은 이녀석이 나중에 이걸 어떻게 몰고 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차가 많습니다. 이 베테랑님의 솜씨를 보시라.
      "잘 몰고 들어가세요. 전 이만."
      멀어져 가는 오또바이가 참 불안합니다. 내 애마를 안 타고 온게 다행이군요.

      오늘도 내가 먼저 와 기다려야겠군요. 다림씨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십분이 훨씬 지나서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들어 왔습니다. 내 모습을 모를것도 같아서 손을 들어 주었지요.
      "오늘은 정장차림이네요. 어쩐일로."
      "늘 즐겨 입지요. 근데 뛰어 왔어요?"
      "차가 막히길래 두 구간 전에 내려서 좀 걸었어요."
      들었습니까? 나하고 약속 때문에 다림씨 같은 미인이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걸어 왔답니다. 그만큼 내가 잘난놈이라는 거죠. 사랑스런 그녑니다.
      커피숖에서는 그렇게 오래 있지를 않았습니다. 그냥 서빙 아가씨 한번 놀려 먹고 오늘 뭐 했는지 물어보고 뭐 그랬지요. 꽃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조금 있으면 나가야 겠네요.
      "정말 꽃 사주실거에요?"
      "그럼요."
      "몇송이 사줄건데요."
      "이만이천원치요."
      "그렇게나 많이요. 그런데 왜 이만이천원이에요."
      "말해도 될까 모르겠다."
      "말해 보세요."
      "이만 이천원 다림씨가 준 돈이에요. 보세요. 빳빳하죠? 저번에 꽃도 다림씨한테 받은 돈으로 산 거에요."
      "제가 준 돈이라니요?"
      "돈이라기보다. 음식 계산하면서 다림씨가 준 지폐를 모았어요."
      "네? 그럼 그 돈을 보관했었단 말인가요?"
      "뭐 인연이 생길까 하여 모아 봤지요."
      그녀가 눈동자를 저에게 고정시켰습니다. 쪼금 감동이 됐나보지요.
      "저 모델인 거 아시죠?"
      내가 너무 분위기 잡았나요. 갑자기 모델 얘기는 왜 할까요. 뭐 철가방과는 더 이상 가까워 지고 싶지 않다 이러면 안돼는데... 그녀의 표정이 약간은 굳어 있습니다.
      "네. 알지요 당연히."
      "남한테 이런 말 잘 안하는데 저 누드 모델도 했어요."
      "네?"
      그말이 그렇게 크게 다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에 앉은 다림씨의 벗은 몸이 생각나는 건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누드 모델이라...
      "정식 누드 모델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 네 분에게는 누드 모델을 한 적이 있어요. 전 프로는 될 수 없나봐요. 부끄럽거든요."
      누드 모델을 섰다는 것이 그렇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요. 떳떳하게 나에게 말한다는 것은 내가 많이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것이기에 고맙게 받아 들여야겠죠. 하지만 그 아는 사람 네명이 누군지는 궁금합니다.
      "누드 모델을 자주 했어요?"
      내가 아까의 표정과 변함없이 말을 물으니까 그녀의 표정도 약간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에요. 그냥 화백 한분하고 원장실 언니 있죠. 그분하고. 그리고 내가 좋아 했던 오빠..."
      "네?"
      "내가 좋아 했던 오빠가 있었는데 그분이 처음 제게 제의를 했었죠."
      기분이 참 묘하네요. 그녀가 누드 모델인 것은 별로 나를 놀라게하지는 않았는데 오빠라는 소리는 참 나를 서글픈 쪽으로 몰아 갔습니다.
      "그래서 누드 모델 제의 허락한거에요?"
      "아니에요."
      또 아니라는군요.
      "그러면요."
      "거절했었죠. 근데 그때의 부탁이 나에게 누드 모델도 한 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심어 주었죠. 그분에게 모델을 섰었던 것은 원장언니의 소개 때문이었죠. 그분은 화가 부부에요. 부인도 화가죠. 뭐 원장언니한테 누드모델 했던 적도 있고 해서 허락했죠. 처음 모델을 선 건 원장 언니에요."
      "잘 하셨어요."
      "예?"
      "아니요. 그럼 나머지 한 분은 남자에요?"
      "아주머니에요."
      "그 누드 뭐 계속 하실거에요?"
      "모르겠어요. 요즘 제가 좀 어렵거든요. 일이 안 들어 오네요."
      "잘 될거에요. 뭐 할 일 많잖아요. 누드모델하는 거 부끄럽다면서요. 뭐 다림씨 같으면 나레이터 모델도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요."
      "누드 모델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직업으로 한 사람들이야 자부심을 가지고 하면 그것으로 된거죠. 방송에 보니까 어떤 모델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그림까지 들고와 인터뷰도 하더군요. 자기가 떳떳하면 된 거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림씨가 더이상 누드 모델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다림씨가 누드 모델했다는 것이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 그녀를 참 순수하게 봤는데 바로 그녀의 나신이 떠올려 진다는 것은 나 자신마저 기분을 나쁘게 하거든요.
      "고마워요."
      "앵그르의 샘이란 그림을 알아요. 자연주의 시대의 대표적 그림이라 하길래 저 같은 문외한도 알고 있지요. 그 그림 속 여인의 모습은 그냥 자연이었어요. 수줍은 듯 살포시 든 눈동자는 꼭 저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구요. 그냥 흘러 내리는 물은 그도 수줍은 듯 엉뚱한 곳이죠. 그냥 아름답다는 마음만 들더군요. 아무런 다른 생각 없이. 몸의 곡선도 젖은 듯한 머리칼도 그리고 젖가슴도..."
      유식한 척 하려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냥 다림씨가 다소 부끄러운 표정이길래 그 기분을 풀어 주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다림씨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저를 뚜러지게 바라 봅니다. 제 말이 그녀에게 좋은 느낌을 주었나 봅니다.
      "꽃 사주실 거죠?"
      "당연하죠."

      꽃을 사러 갔습니다. 전 꽃 살 때 시간을 끌지 않지요. 그냥 주는 데로 받아서 계산을 하고는 자리를 바로 뜹니다. 솔직히 남자 혼자서 꽃을 사기란 좀 쪽팔리거든요. 하지만 오늘처럼 제 옆에 다림씨가 있다면 말이 달라지지요. 다림씨는 꽃을 한송이 한송이 잘 살피며 고릅니다. 다림씨가 꽃을 다 골랐을때 제가 계산을 하려고 했지요. 근데 다림씨가 돈을 뺏는군요. 그리고 자기 지갑에서 돈을 바꿔 치기 했습니다.
      "다음에 주원씨 돈으로 다시 사 주세요. 그리고 이건 제가 사드리는 것으로 하구요."
      그녀가 정성스레 고른 꽃은 마흔 다섯 송이였습니다. 한송이는 그냥 끼워 주는거구요. 그 꽃이 저에게로 왔습니다. 다림씨는 제가 선물하려 했던 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네에?. 그럼 다림씨는?"
      "전 지폐를 선물 받았잖아요."
      전 여자를 잘 찍었군요. 그냥 외모만 이쁜게 아닙니다. 마음도 이쁩니다. 이렇게 많은 꼿을 들고 가기란 다소 쪽팔리기도 하지만 무척 소중한 것이기에 하나라도 다칠까 조심해서 들고 가야 겠습니다. 오늘은 다림씨가 역까지 왔습니다.
      "저기요. 주원씨."
      "네."
      "저 이제 오빠라고 부를게요."
      "네?"
      "그렇게 불러도 되죠?"
      "네."
      "그럼 오빠도 저한테 말 놓으세요."
      "네. 그럼."
      저 뭐 여자한테 말 놓아 본 적이 있어야지요. 우리과 그녀만 빼고는 가까웠던 여자가 없었기에 늘 존댓말이었는데 다림씨가 말을 놓아라 합니다.
      "잘가요."
      "네. 아니 응."
      다림씨가 웃어주며 저기 뛰어갑니다. 나도 이제 사랑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집에 와서 아버지 어머니가 어디서 꽃을 꺽어 왔냐고 나무랍니다. 무시했지요. 형도 놀랍니다. 자기 양복 훔쳐 입은 것은 보이지도 않나 봅니다.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면 불법이야 불법." 이럽니다. 불쌍한 형아야. 하기야 넌 이런거 받아 봤겠냐.

      아직 시들지 않은 동생의 꽃들을 뽑아 버리고 안의 담배 꽁초도 꺼내고 물도 깨끗이 갈아서 꽃을 꽂았습니다. 어린 왕자가 그랬다면서요. 화단에 핀 여러송이의 장미는 이름없는 장미라고 자신의 장미만 이름이 있다고 그랬나요. 여기도 있네 이사람아. 다리미 원,투,쓰리, 포.... 포티 파이브.
      동생은 오늘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 왔습니다. 역전이다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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