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s.net

출처불명 연애소설 13편

관리자 2019.08.12 14:57 조회 수 : 6

      오늘 이 철가방과 이별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무겁네요. 처음엔 참 막막하고 이런 아르바이트를 꼭 해야겠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난 철가방 일을 하면서 설레였었지요. 사랑을 꿈 꾸면서 말입니다. 좋은 만남을 가졌어요.
      하늘의 해가 갓 구운 호떡처럼 뜨겁지만 오늘은 시원섭섭합니다. 다림이와는, 이제는 다림이라 그래요. 요 며칠 동안 계속 만났거든요. 제가 오빠하기로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불러주어야죠. 뭔가 될 것 같습니다. 다림이를 만나기 위해 주원이는 봄부터 짱개를 날랐나 보다. 다림이를 만나기 위해서 주원이는 20년을 그렇게 꺼이 꺼이 울었나 보다. 제가 좀 조숙했거든요. 유치원 들어가면서 이성에 눈 뜨기 시작했었어요. 그때부터 울었으니까 20년 맞죠.
      제 후임은 저보다 나이가 세살이 많아요. 까불다가 직장에서 쫓겨났대요. 돈 벌면 호주 간데요. 요즘 호주에 나무심는 사업을 많이 하나 봐요. 자기 전공이 조경이니까 전공 살리러 간다네요. 이름이 송승언입니다. 눈섭이 참 시커멓더군요. 짱개 칠 한 것처럼 말이죠. 주인 아줌마가 오늘부터 며칠간 힘이 들겠네요. 신참들 둘을 데리고 가게 꾸려 나갈려면 어려움이 많지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 더 일해 주고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데이트해야 되거든요. 내일은 집에 가서 낚시에 대해 공부도 좀 해 보고 아 새끼들 심리도 파악할 겸 동네 꼬마들과도 좀 놀아야 겠습니다.
      "승언씨. 이건 제 친구가 물려 준 제 애마거든요 이제 승언씨 거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이 철가방두요."
      잘 키운 딸을 어떤 못 믿을 놈한테 시집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잠시 헤아려 봅니다. 지금 제 기분이 그렇습니다.

      "잘 가. 그 동안 고마웠어. 간혹 놀러 와야돼."
      "네."
      제 통장에는 사백 팔십여만원이 저축되어 졌습니다. 일년 등록금으로는 조금 모자라지만 뭐 또 조금씩 아르바이트도 하고 용돈도 모으면 충분 할 겁니다. 뿌듯하네요.
      주인 아줌마가 아쉬운 듯 탕수육을 서비스로 주었습니다. 우리 주인 아줌마 참 좋은 분이시지요. 저녁 무렵에 중국집을 떠났습니다. 하늘은 지가 아직 낮인양 밝습니다. 낮달이 떴습니다. 수줍은 듯한 모양입니다. 자기가 너무 일찍 나왔나 다소 헷갈리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헤헤. 다림이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모레면 볼텐데요. 그때까지 잠시 그리워 하지요.

      동생은 이제 그의 애인이랑 화해를 했나 봅니다. 싹싹 빌었나 보지요. 오늘은 꽃을 한 아름 들고 왔습니다. 화병의 꽃은 시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형인데 저녀석이 감히 화병의 꽃을 뽑지는 못하지요. 당분간 일점 팔리터 사이다 병을 잘라서 화병으로 대신 하려 합니다. 근데 제꺼보다 동생의 꽃이 더 빨리 시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화해 했냐?"
      "내가 이거 두배는 사주고 받아 온 거다."
      "그렇게 싸우면서 짙어지는거야."
      "아는 척 하지마. 저 꽃 형이 산거잖아. 그러고 싶냐?"
      "니 맘데로 생각하세요."

      오늘 다행히 아버지가 어디론가 출타를 하셨습니다. 장농위에 숨겨논 아버지가 아끼시는 낚시대 세개를 몰래 빼 왔습니다. 릴낚시대 하나하고 그냥 낚시대 두개요. 이걸로 향어나 한 마리 낚는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부푼 기대를 가지고 친구 따라 갔던 나의 첫경험은 자릿세 만원만 날리고 물위로 풍덩 뛰어오르는 향어새끼들 놀림만 받고 왔었지요. 날씨가 더운지 동네는 사람들의 자취를 감춘채 한산 합니다.
      다림이에게 삐삐나 쳐 봐야 겠습니다.
      얼레레 바로 전화가 오네요.
      "여보세요. 주원입니다."
      "오빠 저에요."
      "다리미구나."
      "아르바이트 끝마쳤나 보네."
      "응."
      "그러면 어제 연락해 줬어야죠."
      "그 세계 사람들하고 좀 있어 주었지."
      "잘했어요."
      "내일 몇 시에 어디로 나가면 되냐?"
      "잠깐만요."
      다림이는 오늘도 학원에 있군요. 요즘 진짜 일이 없나 봅니다. 나에게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 주려 하지만 간혹 걱정이 섞인 표정을 지을 때가 있습니다. 잘해 줄 겁니다. 오늘 학원이나 가 보는 건데 그랬습니다.
      "여보세요."
      "응."
      "내일 오전 아홉시에 학원으로 오세요."
      "학원으로 가면 되니?"
      "네."
      "그래 내일 보자."

      다림이는 내일 어떤 차림으로 올까요? 그 모습이 궁금하지만 예쁘겠지요. 다른 이들은 방학이 끝나감에 다소 심기가 불편할 지 몰라도 난 가을이 다가옴에 가슴이 떨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해는 아침잠을 설쳤는지 새벽부터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해 저녀석이요. 여름엔 더우니까 아침잠을 설치구요. 겨울엔 추우니까 이불속에서 늦잠 자나봐요.
      상쾌합니다. 동생 녀석은 자고 있거든요. 좀 젊어 보여야죠. 동생이 아끼는 반바지를 하나 훔쳐 입고 동생이 아끼는 붉은 티셔츠를 또 훔쳐 입었습니다. 이녀석 항상 깃을 세우고 다녔는지 카라가 빳빳합니다. 혹시나 해서 동생 엉덩이를 툭 찼습니다.
      "얌마."
      "아이이잉."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습니다. 잠에 취한 것 같습니다.
      "얌마. 이거 입고 간다."
      "아이잉."
      "이거 입고 간다니까."
      "이잉. 잠 좀 자자. 니 맘데로 해."
      허락 받았습니다. 나중에 딴말하면 졸라 패 버려야지.

      학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아 새끼들이 많았습니다. 중학생들도 있네요. 이 정도면 버스 전세 내도 되겠는데 전철을 이용한다 하네요. 학원도 어렵겠지요. 다림이는 아직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야. 철가방이다."
      요즘 애들 버릇 없는 것들 많네요. 내가 장가를 빨리 갔으면 니만한 새끼가 있다. 팰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그때 다림이랑 있던 놈인데 내 신분이 노출됐습니다.
      "주원이 학생왔어. 오랜만이네.그 동안 배 삼용 같은 애가 계속 배달하더라."
      "그렇게 됐어요."
      "아저씨 진짜 철가방이에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묻네요. 애들이 너무 똑똑해도 부담이 가지요. 긍정의 대답을 해주면 놀림감되기 쉽상입니다.
      "아니야. 그냥 아저씨야."
      "그럼 철가방 아저씨야? 들고 있는 건 뭐야?"
      무시했습니다.
      다림이가 나타났습니다. 호호 자기가 낚시나 하자고 그래 놓구선 하얀 바탕에 연노랑색 장미가 그려진 다소 짧은 원피스를 입고 왔습니다. 옷 다 버릴려고 작정을 했나 봅니다.
      "다림이 왔구나."
      "오늘 깔끔하네요. 정장도 잘 어울리던데."
      생각하고 내 뱉는 말일까요?
      "낚시 하자며?"
      "네. 정장 입고는 낚시 못하나 뭐."
      할 수야 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여타 매체를 통해서 정장입고 등산하는 사람은 봤어도 정장차림으로 낚시하는 사람은 못 봤는데요.
      "주원씨 말이 많이 낮아졌다?"
      "네? 예."
      "괜히 그러는 거에요. 언니한테 다 얘기 했거든요."
      "뭘?"
      "말 낮아진거."

      아새끼들 진짜 떠드네요. 중학생이라고 있는 것들도 초등학생들하고 덩달아 떠듭니다. 지하철 안에서 이런 녀석들 보면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구야, 짜증이 막 났는데 오늘은 저도 저놈들이 잡혀가면 따라가야 되는 신셉니다.
      "철가방 잡아라."
      "철가방은 정의의 칼을 받아라."
      이놈들 부모가 누굽니까. 제발 날 좀 가만히 놔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길다란 붓을 가져와 나를 쿡쿡 찌릅니다. 별 말 않고 가만히 있는 원장아줌마가 밉습니다.

      역에서 내려 조금 걸었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았습니다. 저수지는 참 컸습니다. 늪지 식물들도 많았습니다. 별로 아는 이름은 없었지만 갈대가 파랗게 익어 있었고 꽃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들도 보입니다.
      애들이 그래도 그림을 그릴때는 조용합니다. 애들을 돌보며 원장아줌마와 다림이와 같이 한 동안 있었습니다. 다소 내 시간을 가질만해지자 들고온 낚시대를 꺼내었지요. 여기도 유료인가 봅니다. 티켓 끊어 주는 사람이 돌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없을 겁니다. 예전에도 그랬거든요. 이런 더운날은 낚시가 잘 되지 않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구요. 여름 낚시는 해질녘에 시작해서 해가 떠오르면 끝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낚시대 멋있다."
      "낚시 하러 갈래?"
      "언니는 여기 있을거에요?"
      "나야 애들 그림 봐줘야지."
      원장 아줌마가 눈치는 있군요 젊은 남녀 노는데 알아서 빠져 줍니다. 다림이를 데리고 어제 누가 앉았던 흔적이 있는 자리를 하나 차지 했습니다.
      "낚시 잘 해요?"
      "강태공이라고 나하고 낚시 내기했던 사람이 있지."
      근데 떡밥만드는 것에서 벌써 들통이 났습니다. 쪼그리고 옆에 앉은 다림이의 다리가 눈부셨습니다.
      "옷 버리겠다. 구두도 불편하지?"
      "네."
      "이런데 온 적이 없나 보다?"
      "네."
      "오늘 큰 놈 하나 낚아서 내 보답할게."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맘 뿐이었죠. 점심때가 지날때까지 입질도 안 합니다. 원장 아줌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그럽니다. 밥? 전 밥가지고 온 것이 없지요.
      낚시를 잠시 접어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애들은 모두들 도시락을 하나씩 준비해 왔군요. 다림이가 밥을 참 맛있게 준비를 해 왔습니다. 원장 아줌마가 가져온 김밥과는 비교가 되질 않았습니다. 애들한테 빼기기 싫었지요. 눈치를 살피며 먹었습니다. 그냥 하얀 콩밥이 한층을 차지하고 또 다른 한층은 아무래도 손수 만든 것 같은 반찬들이 보기 좋게 놓여 있는 그녀의 도시락은 예술이었습니다. 맛도 물론 좋았지요.
      "잘 먹을게."
      "아무래도 도시락 가져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많이 준비했어요."
      '언제 도시락 가져 오라고 말했었나?'
      부담되네요. 솔직히 다림이는 나한테 부담이 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되면 나중에 혹시나 다른 사랑을 찾아야 할때는 너무 힘이 들 것 같습니다.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네요.

      하늘이 참 뜨겁습니다. 물도 뜨겁겠지요. 그래서 낚시대의 찌는 움직일 생각도 안합니다. 그래도 다림이는 즐거운듯 찌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내 옆에서 말입니다. 바로 물가이기때문에 흙이 물을 많이 머금고 있습니다. 그녀의 치맛자락에 흙이 많이 튀겼어요. 하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도 않는 낚시대를 들었다 떡밥만 다시 뭉쳐 바르고는 던졌습니다. 지금까지 그 일 밖에는 한 일이 없습니다.
      "언제 물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고기님 마음이지요.
      "곧 물거야. 물게 되있어."
      오후가 깊어 지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애들은 그림을 다 그리고 원장 아줌마에게로 갔습니다. 이제 슬 여기도 정리를 해야겠군요.

      "오빠. 저거 고기 물은 거 아니에요?"
      난 잠시 딴데 정신을 팔고 있었는데 찌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다림이가 묻더군요. 분명 찌가 움직였습니다.
      "야! 걸렸다."
      아주 신나는 표정으로 변하는 다림이 얼굴을 마주하며 낚시대를 들었습니다. 묵직합니다. 찌의 움직임은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진짜 묵직합니다. 릴낚시대가 아니었기에 조심스럽게 들었다, 놓았다 했습니다.
      잘 끌려 오지 않습니다.
      "너도 한 번 잡아 볼래. 이게 손 맛이라는 거야."
      다림이에게 낚시대를 한 번 줘 봤습니다. 낚시대의 감촉이 좋았거든요.
      "야. 큰 생선인가 보다."
      활짝 웃는 다림이의 모습이 이 생선을 꼭 잡아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주었습니다.
      "같이 올리자."
      힘을 내어 끌어 올렸습니다.
      "이거 잡으면 너 주께."
      그녀의 웃음처럼 나도 웃음치며 낚시대를 들었습니다.

      "이거 고기 맞아요?"
      하늘이시여. 낚시대에 끌려 올라 온 것은 납자룬지 붕어 새낀지 십센티도 안되는 물고기 한마리와 그보다 열배는 큰 물먹은 군화 한짝이었습니다. 다림이가 다행히 '언니. 여기 큰고기 걸렸어. 빨리 와봐.' 이 소리 안 한 걸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떤 군발이 새끼가 여기다 군화 던져 넣었어? 나는 아무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쪽팔렸기 때문입니다. 그냥 주저 앉았지요. 낚시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싶습니다.
      "오빠?"
      "왜."
      "재밌었잖아요."
      "뭐가."
      "신발 끄집어 내기 전까진 재밌었잖아요."
      그렇네요. 저게 고기라고 생각하며 재미있었고 설레였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저사람이 내 사랑이다 생각하면 참 아름답게 보일거고 설레이겠지요.
      "사랑한다."
      "네? 갑자기 무슨."
      "아니야."
      주저 앉아 끌려나온 군화를 쳐다보다가 내 마음에 못 이겨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 말은 내가 태어나 여자에게 처음 해 보는 말이었습니다. 참 하기 힘든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뱉고 나니 참으로 가슴이 맑아졌습니다.
      "다림아. 이제 가야 되거든. 그쪽도 이제 갈 준비해라."
      멀리서 원장 아줌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직 내 옆에 앉아 군화와 나를 번갈아 쳐다 보고 있는 다림이에게 머쩍었지만 내 딴에는 귀엽게 웃어 주고는 일어 섰습니다.
      "챙기자. 다음에 꼭 잡아 주께."
      "오늘도 재밌었어요."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내 양 어깨에는 원장아줌마와 다림이가 머리를 주며 잠 들었습니다. 철가방이라 놀렸던 꼬마들도 조용했습니다. 저녁이 가까워집니다. 이렇게 저녁을 맞이하는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