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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연애소설 14편

관리자 2019.08.12 14:58 조회 수 : 9

      아이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남은 건 다림이와 원장 아줌마, 그리고 나네요.
      "여기 미술인데요. 짱개 둘하고 삼짜하나요."
      헤헤. 점심을 얻어 먹었으니 저녁은 제가 대접해야죠. 배가 고픕니다. 삼선짜장은 다림이꺼구요. 짱개는 저하고 원장샘이죠. 다림이는 주머니 사정 어렵다면서 비싼거 먹는다고 원장샘한테 구박을 약간 먹었지만 내가 계산할 것인데 상관없죠. 원장샘도 삼선짜장 시켜 먹어요. 삼선짜장은 예전에 내가 권했던 것이란 말이에요. 원장샘. 근데 다림이가 요즘 어렵나요. 하기야 일이 없으면 어려울 수도 있겠죠.
      역시 신참이라 늦군요. 저 같으면 벌써 도착을 했겠구만 배용준씨는 상당히 늦습니다. 이제야 배용준씨가 도착을 했습니다. 숨을 상당히 헐떡이는군요.
      "어. 용준씨."
      "어! 여기 계시네."
      "놀러 왔어요."
      용준씨가 제 옆에서 그릇을 받는 다림이를 쳐다보며 눈짓과 함께 고개짓을 했습니다. 나는 그렇다고 '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지요. 부러울거다 이놈아.
      "배달의 아저씨 이름이 용준이야?"
      "네."
      "성이 혹시 배씨야?"
      "네."
      "배용준이 쌈 잘한데."
      "네?"
      "옆에 가서 이름 똑같다고 그러지 말라고."
      원장아줌마가 심오하게 철가방 배용준이를 놀렸습니다. 애인이 언제쯤 고무신 바로 신고 돌아 올까요.
      가뿐하게 계산을 했습니다. 전 부자니까요. 내 이름의 통장에 돈이 있으니까 참 든든한거 있죠.
      "정말. 원이 학생이 사주는 거야? 쪼금 미안한데."
      전 짱개가 싫어요. 너무 자주 먹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배달 시켜서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 먹으니 맛이 색다르네요.
      "그릇 꼭 밖에다 내 놓으세요. 그래야 철가방이 편하거든요."
      "훔쳐간다며?"
      "괜찮습니다. 그걸 그대로 믿으셨군요."
      다림이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더니 그녀가 웃습니다.

      다림이는 오늘 일찍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기다린다나요. 옷도 흙이 튀여 좀 지저분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친구와 자취생활을 합니다. 언제 한 번 놀러 갈 수 있을까요. 오늘 밤이 깊으면 조용히 내 맘을 드러내 보이고도 싶었는데 아쉽군요.

      일주일이 지나버린 꽃은 다소 시들었지만 괜찮지요. 내 마음은 저꽃이 너무나 생생한 빛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받아 들이니까요. 마음 속 한 여인이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네요.
      "형아야 이제 내 꽃 꼽자."
      "다리미 한송이라도 뽑으면 너 아주 아작 내 버릴겨."
      "저게 다리미냐?"
      "잔말 말고 그냥 자."

      팔월이 다가고 있습니다. 요즘 계속 학교를 나왔어요. 요즘은 도서관 앞에서 여학생들 훔쳐보지 않지요.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선배들이 취직걱정 같은 걸 하고 있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내 맘에 별로 걱정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가을을 꾸밀까,하는 생각만 하고 있지요. 요즘 다리미가 힘이 없어 보이는데 보약이라도 지어 먹일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참 잘 어울리겠다,싶은 가을 모자도 사 주고 싶구요. 요즘 집으로 갈때면 괜히 선물의 집이 눈에 자꾸 들어와요. 예쁜 옷차림으로 가는 아가씨를 보면 예전엔 '헤, 예쁘다.' 이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저게 누구한테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을이 시작되는 구월 초하루에 다림에게 삐삐를 쳤습니다. 내 번호로요. 에. 현대는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아니겠습니까? 헨드폰을 구입했지요. 패밀리로 말이죠. 물론 나한테 부담이 되지만 이정도야 뭐.
      다림이는 이 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음성을 남겼습니다. 요즘은 다림이가 미술 학원을 자주 안가요. 거기에 너무 신세지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내 헨드폰이 처음으로 울렸습니다.
      "헨드폰 샀어요?"
      "응. 에. 네것도 있거든?"
      "흠. 난 삐삐가 좋은데. 나한테 너무 잘해 주지 마세요."
      "좋아 할 줄 알았는데. 섭섭하다."
      "기분 좋아요. 정말 내 것도 있는 거에요?"
      다림이의 음성이 그렇게 밝지를 못했습니다. 이러면 선물하는 사람이 좀 무안하죠.
      "언제쯤 받으러 올래?"
      "오늘 내일은 시간이 없구요. 모레쯤 받을게요. 그래도 되겠어요?"
      "그래. 뭐 안좋은 일 있니?"
      "아니요."
      마지막 아니요,라는 말은 참 밝았습니다. 바로 받아가면 좋을텐데 아쉽군요. 그 헨드폰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 말입니다. 안테나 있죠. 그거 길다고 전파가 잘 잡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처음 붙어 있는게 제일 좋은거에요. 그것도 일종의 반파장 다이폴 안테나거든요. 뭐 그런게 있나봐요. 뽑은 길이만큼 헨드폰의 길이가 길어야 되요. 내 헨드폰 이쁩니다.

      밤에 잠이 들기전 다림이 생각으로 전화를 했지요. 울리는군요. 이번엔 다림이 헨드폰으로 전화를 해 보았지요. 역시 울리네요.
      "형아야 잠 좀 자자."
      "너 헨드폰 있어?"
      "없어."
      "없는 놈은 그냥 이불 뒤집어 쓰고 자."
      "그럼 진동으로 해 놓고 가지고 놀아 씨."
      그렇군요. 진동으로 맞추어 놓고 또 시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우웅..."
      꼭 소 울음 같이 울리네요. 신기합니다. 전자공학도도 신기한데 다른 사람들 많이 신기하겠군요. 이게 다림이에게 전해 지면 내가 전화 할때마다 이렇게 몸부림 치겠네요. 동생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다시 벨로 맞추어 놓고 내 것을 이불속에다 넣고 다림이 헨드폰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뻬레 베레레. 뻬레 베레레."
      "제발 잠 좀 자자."
      "너 헨드폰 있어?"
      "우이쒸."
      이번엔 다시 진동으로 해 볼까요? 그냥 자야 겠네요. 이게 그녀의 손으로 빨리 가려면 자야지요.

      여기도 괜찮네요. 사갈의 눈 내리는 동네요. 나무 무늬가 실내분위기를 묘하게 들뜨게 만듭니다. 지금 내 앞에 다림이가 앉아 있습니다. 어제 봤어야 했는데 다림이가 바쁘다고 했기 때문에 오늘 봤습니다. 그녀의 헨드폰이 사흘동안 나에게 있었습니다.
      "이거 부담 안 되요?"
      "괜찮어."
      "내가 전화 많이 하면 오빠가 다 물어야 되잖아요."
      "응. 나 부자여."
      "국제 전화하면 바로 몇만원씩인데?"
      "너 외국에 아는 사람 있니?"
      "없어요. 이거 오빠랑 통화하는 것은 요금 안물죠?"
      "그럴걸."
      "많이 해야겠네요."
      "그럼."
      "고마워요."
      "뭘. 근데 바빴니?"
      "네. 많이. 근데 이제는 또 안 바쁠거에요."
      다림이 얘가 또 표정이 별로 안 좋군요. 다림이가 예쁘게 포장된 작은 선물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뭐야?"
      "제가 이번에 돈을 조금 벌었어요. 뭐 마땅히 살 게 없어서 담배피니까 라이터 하나 샀어요."
      "정말?"
      라이터 참 이쁜네요. 지포 라이터입니다. 금장식까지 되어 있는 걸로 봐서 상당히 비싼 것 같아 보입니다.
      "담배 많이 피지 마세요."
      "고마워."
      공유한 차한잔의 시간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가을이기에 이런 침묵의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이 앞에 있다면 그 시간이 너무나 아름답죠.
      "저..."
      "왜?"
      "나 좋아하죠?"
      그러고보니 그동안 서로 좋아한다는 말이 오고 간적이 없군요. 하지만 좋아하니까 만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물어 보는 그녀가 그녀의 모습처럼 사랑스럽네요. 그런데 저런 질문 받아 본 적이 없기에 다소 머뭇거려 지네요.
      "음."
      "그냥 만나는거 아니죠?"
      "그래. 근데 갑자기 그걸 왜 묻냐?"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자기 마음때문이겠죠."
      "에..."
      "오빠가 참 좋아요. 철가방 하면서 날 보고 웃을때도 그랬고,나 누드모델 했다고 말했을때도 그랬고 오빠는 사람만을 보고 좋아 할 수 있는 사람 같아요."
      그럼 사람이 사람을 보고 좋아하지 뭐 딴 거 보고 좋아하나요.
      "나 한때 모델을 짝사랑 했었다. 하하."
      "고마워요."
      "자꾸 고맙다고 그러지마. 부담되잖아."
      헨드폰은 그녀에게로 갔습니다. 나에겐 라이터가 왔구요. 내 가을은 이 라이터처럼 뜨거울거구요. 저 헨드폰에서의 그녀의 음성처럼 감미로울겁니다.

      요즘 가끔씩 전화해주는 다림이 때문에 학교에 자꾸 가고 싶습니다. 공돌이 새끼들한테 자랑해야죠.
      가을이 물드는 하늘은 진짜 높았구요. 지가 누드모델인 양 벌써 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빳빳하게 서 있는 나무들도 나름데로 운치가 있습니다. 구월이 좋은 건 단지 가을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요.

      밤이 곱게 더 짙은 어둠으로 장식되고 있습니다. 창밖의 검은 하늘도 오늘은 맑아 보입니다. 잿빛이 끼지 않는 고운 남빛입니다.
      동생은 지 애인한테 전화하러 갔어요. 부모님 몰래 하느라 힘이 좀 들겁니다. 내 헨드폰 빌려달라고 했지만 이걸 왜 줍니까. 저녀석이요. 아직 내가 여자친구 생긴 걸 안 믿어요. 저번에 헨드폰을 두개 들고 왔으면 짐작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친구끼리 돈 아낄려고 패밀리했지? 그러네요.
      "잠깐만."
      다림이하고 전화를 하며 서로의 하루를 얘기하고 있는데 동생이 들어 왔습니다.
      "받아봐."
      "뭘?"
      동생에게 헨드폰을 주었습니다.
      "여보세요?... 아니 주원이 동생인데요... 예 그렇군요. ... 진짜 우리 형 애인이에요? ... 돈 먹고 시켜서 그러는거 아네요? 예. 형 받어."
      진짜 의심 많은 녀석이네요. 애인이라... 그렇게 물어 볼 줄은 몰랐네요. 그냥 나도 여자친구 있다는 것만 확인 시켜 주려고 그랬는데.
      "음. 그래 잘자."
      동생이 동그란 눈을 맑게 뜨고는 날 쳐다 보고 있습니다.
      "왜 그래 임마?"
      동생이 갑자기 나를 와락 껴 안았습니다. 무슨 감격의 눈물 같은 것을 흘리는 모양으로 말입니다.
      "드디어 형도 애인이 생겼구나."
      "제법 됐어 임마. 근데 다림이가 뭐라 그래?"
      "형수가 이름이 다리미야? 세탁소 한대?"
      "형수가 될 지는 모르지 임마. 뭐라 그래?"
      "뭘? 형 애인 맞냐 그러니까. 맞다고 그러고 돈먹었냐 그러니까 웃으며 아니라고 그러고 내가 별 말 했냐?"
      이럴수가 그녀가 날 애인으로 인정을 했단 말이지요. 아직 키스 한 번 안했는데 말입니다. 한 번 작전을 구상해 봐야 겠습니다. 멋있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는 젖은 눈으로 키스를 하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잘 될까요? 동생한테 물어 볼 수도 없고. 하기야 저녀석은 자기 잘난 맛에 살지요. 내일은 오랜만에 중국집에나 놀러를 가야 겠습니다. 동윤이 녀석이 보고 싶군요. 이녀석이 지금은 일을 하고 있겠네요.
      쿠쿠. 다림이 조금만 기다려. 내가 잘 배워서 카사블랑카의 보가트처럼 키스를 해 줄테니까 말이야. 음.

      중국집은 향기가 있었습니다. 예전의 모습이었지요. 이제는 왠만큼 익숙해 보이는 두 신참들의 모습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동윤이도 예전처럼 거기에 있었습니다.
      "어! 주원이 왔구나."
      어깨가 더 벌어진 듯한 주인 아줌마는 부드러운 한국의 어머니 같네요. 근데 왜 중국집에 있는 거여.
      "네.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요. 동윤아 안녕."
      손을 흔들어 주었지요. 동윤이한테 귀엽게 말입니다. 짜장면은 먹었지만 동윤이 녀석이 바쁘니까 할 일이 없네요. 홀에서 이것저것 도와 주었습니다. 저녁 문 닫을 시간 때까지 말입니다. 아줌마가 저왔다고 또 탕수육을 서비스로 주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탕수육을 들고 월세방으로 갔지요. 승언이 아저씨는 어디를 급히 가 버렸습니다. 월세방은 배용준이하고 동윤이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요. 꼬불쳐논 빼갈도 한 잔씩 하구요. 기분이 좋네요. 저 둘이는 반말을 하네요. 뭐 한살차이야 친구죠.
      "너 요새 뭐하냐? 조기 복학 했냐?"
      "복학 안했지 임마. 이 좋은 때 학교를 왜 다니냐."
      "좋은때 맞냐? 씨 이상하다."
      머리를 긁적이는 동윤이를 보았습니다. 하기야 니가 아임에프밖에 더 생각해 내 겠냐.
      "윤경씨는 잘 있냐?"
      "참. 헤어질 마음도 없으면서 이별 편지는 왜 주는 지 모르겠다. 내가 싹싹 빌기라도 바랬나 보지."
      "싸웠냐?"
      "싸우긴 요즘 잘 토라지잖아."
      "헤어지자는 편지 받았어?"
      "응. 내가 야한 책 보는 거 들켰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냐?"
      "싹싹 빌었지 새꺄! 넌 요즘도 미친짓 계속하냐?"
      "응."
      "좋겠다."
      배용준 저녀석도 밝히는 녀석이었군요. 우리야 대화를 하던 말던 저 옆구석에서 동윤이가 사다논 그 잡지책을 보고 있습니다.
      "같이 봐 임마. 그거 어제 산 거란 말이여."
      동윤이 녀석도 예전처럼 저에게 눈길을 조금 준 후에는 금방 자기 책으로 가는 군요. 칠구가 그립네요. 순정만화 보면서 웃고 울던 놈인데...
      "나도 보자."

      시월달 것이네요. 신간입니다.
      "이 여자 이쁘다."
      "근데 이 여자는 가슴을 안 보여 주잖아."
      "한국게 다 그렇지 뭐."
      책장을 한장 한장 넘겼습니다.
      "오 이여자 진짜 예쁘다."
      "어디? 나도 좀 보자."
      "이 여자 본 것 같은데..."
      "삼용이 넌 항상 이쁜 여자만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지?"
      결국은 용준씨 삼용이로 불려지고 말았군요.
      "나도 좀 봐."
      그 둘의 머리사이로 헤집고 들어갔습니다.
      "야 섹시한데. 몸매 죽인다. 히히."
      "손만 떼면 가슴이 보이겠는데. 찍는 사람은 그래도 봤겠지?"
      "어디?"

      갑자기 떨려오는 내 가슴은 왜 이리 주체를 못합니까. 뭔가 한 대 맞은 기분입니다. 퍽 뒤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그네들은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책속의 한 여인을 보고 있습니다. 그 한 여인이 나를 지금 많이 혼란케 만들고 있습니다.
      "34 25 35. 괜찮네."
      "야. 이름이 손다림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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